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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양강 처녀 [여적]소양강 처녀 “해 저문 소양강에/ 황혼이 지면/ 외로운 갈대밭에/ 슬피 우는 두견새야/ 열여덟 딸기 같은 어린 내 순정/ 너마저 몰라주면 나는 나는 어쩌나….” 반야월 작사, 이호 작곡의 흘러간 뽕짝 ‘소양강 처녀’다. 2절은 “동백꽃 피고 지는/ 계절이 오면/ 돌아와 주신다고/ 맹세하고 떠나셨죠”로 이어진다. 이 노래가 처음 나왔을 때 산새인 두견새가 갈대밭에서 울 리 없고, 소양강에는 동백꽃이 피지 않는다며 가사를 트집 잡기도 했다. 두견새는 그렇다 쳐도 강원도에서 생강나무꽃을 동백꽃이라고 부른다는 걸 모르고 하는 얘기다. 김유정의 단편소설 이 바로 생강나무꽃이다. 소양강은 설악산 북천·방천, 계방산 내린천 등을 받아들여 북한강으로 흘러든 뒤 남한강과 합쳐 한강이 된다. 인제 일대 심산유곡에서.. 2015. 6. 2.
향수 [여적]향수 향수는 인류가 최초로 사용한 화장품이라고 한다. 신에게 제사를 지낼 때 몸을 청결히 하기 위해 향나무 즙을 몸에 발랐다. 절세미인 양귀비는 온천수에 용뇌향(龍腦香)을 풀어 목욕을 했다. 이때 버려지는 온천물을 향수로 팔아 거부가 된 사람도 있었다. 알코올 증류 향수의 원조는 14세기 헝가리 왕비 엘리자베스가 썼던 ‘헝가리 워터’다. 그가 70세를 넘은 나이에 폴란드 왕의 구혼을 받았다는 기록이 있다. 16세기 초 이탈리아 피렌체의 도미니크회 수도사가 처음 유리병 향수를 만들었고, 메디치가(家) 조향사인 비앙코가 프랑스 파리에 첫 향수가게를 열었다.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소설 는 최고의 향수를 얻으려는 인간의 욕망을 그렸다. 천재적인 후각을 지닌 조향사 그르누이는 궁극의 향수를 얻기 위해 살인까.. 2015. 6. 2.
소나무 시인 여적/ 소나무 시인 우리나라는 소나무 나라다. 이 땅 어디서든 흔히 볼 수 있는 데다, 민족의 삶과 정신세계와 뗄 수 없는 인연을 맺고 있어서다. “나라꽃은 있는데 나라나무가 없는 게 말이 되나.” 소나무를 나라나무(國木)로 지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던 시인이 있었다. 소나무를 끔찍히 사랑해서 말년에는 오로지 소나무 시만 썼던 박희진 시인이다. “잘 생긴 소나무에는 풍류를 즐기는 도인과 같은 기품이 있어. 소나무를 사랑하는 것은 우리 민족의 영성과 얼을 되살리는 일이지.” 얼굴 가득 수염을 하얗게 길러 그야말로 고결한 도인 풍모를 풍기던 여든 다섯살의 그가 지난달 31일 조용히 세상을 떠났다.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 동인지 운동과 시낭송 운동의 선구자, 등 35권의 시집을 낸 순수 서정시인이라는 부음.. 2015. 6. 2.
재고품 대학생 여적/ 재고품 대학생 “거참 큰일들 났어. 저렇게 좋은 청년들이 일거리가 없어서 저렇게들 애를 쓰니.” 채만식의 소설 에서 식민지 시대의 고등 룸펜(실업자)인 P가 취직을 부탁하자, 신문사 사장은 이렇듯 상투적인 말로 위로한다. 고학력 청년 실업의 좌절을 뼈저리게 겪은 P는 열네 살짜리 아들을 학교 대신 인쇄소에 견습공으로 보낸다. “내가 학교 공부를 해봤는데 그게 아무 쓸모가 없어.” 여기서 ‘레디메이드(기성품) 인생’이란 자신의 의지대로 삶을 꾸려 나갈 수 없는, 하나의 ‘물건’과 같은 존재라는 자조적 태도에서 나온 말이다. 요즘 한국사회는 채만식이 살았던 80년 전과 다를 게 없는 듯하다. 젊은이들의 취업이 어렵다 보니 연애·결혼·출산·인간관계·집장만·희망·꿈을 포기하는 ‘칠포세대’란 신조어까지 나.. 2015. 6.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