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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여적/ 검색의 시대

by 김석종 2015. 3. 30.

여적/ 검색의 시대

 1997년 체스 세계챔피언 카스파로프와 IBM 컴퓨터 ‘딥 블루’가 체스 대결을 벌였다. 결과는 딥 블루의 승리였다. 2011년 미국 ABC TV 퀴즈쇼 ‘제퍼디’에서 IBM 컴퓨터 ‘왓슨’이 인간 퀴즈챔피언을 이겼다. 체스나 퀴즈처럼 사고와 판단력이 중요한 영역에서도 컴퓨터가 사람을 압도하게 된 것이다.
 검색 만능 시대다. 생각하고 사유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다. 무엇이든 인터넷 검색 포털에 물어보면 즉시 답이 나온다. 컴퓨터와 스마트폰만 있으면 이 세상 모든 지식과 정보를 다 가르쳐준다. 풍부한 상식을 뽐내며 ‘걸어다니는 사전’이라고 불리던 이들도 인터넷 검색을 따라갈 수는 없다. 머리 싸매고 외울 필요가 없다 보니 인간의 지적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검색된 정보의 홍수 속에서 옳고 그름의 판단조차 엷어지고 있다는 게 문제다.
 2500년 전 붓다는 왕자로 태어나 풍요로운 삶을 살면서도 ‘지금 이렇게 사는 것이 옳은가’라는 의문을 품었다. 그는 고착된 생각, 굳어진 관습, 잘못된 삶의 행태와 완전히 결별하면서 위대해졌다. 붓다는 ‘나의 말도 의심하라’고 가르치며 ‘사유’하는 삶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붓다의 가르침은 검색의 시대에 더욱 유효한 게 아닐까. 손끝에서 이루어지는 검색으로 남의 지식을 빌려올 수는 있어도 생각의 힘, 지혜를 키울 수는 없기 때문이다. 전남 해남 일지암의 법인 스님이 펴낸 <검색의 시대, 사유의 회복>은 검색이 지혜로운 삶의 걸림돌이라는 걸 일깨운다. 검색으로 상징되는 고착화된 생각에서 벗어나 내적인 성찰로 마음을 돌릴 때 진정한 행복과 성숙한 삶에 도달할 수 있다고 말한다.
 검색보다 사색이 오늘을 살아가는 가장 든든한 생존무기이며 결국엔 세상을 변화시키는 원동력이라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소통 부재와 넘쳐나는 독기(毒氣) 또한 사유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갖지 못한 데 따른 병폐라고 진단한다. “아프다고, 괴롭다고 말하는 이들은 위로받기 전에 냉엄하게 스스로를 진단해 보라. 내 삶은 방향을 제대로 잡았는가. 나는 지금 남의 삶을 눈치 보며 흉내 내고 있지는 않은가.” 검색의 시대, 개인과 세상을 바꾸는 사유의 회복이 절실하다. 김석종 논설위원2015.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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