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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여적/ 어린이 놀이헌장

by 김석종 2015. 3. 30.

여적/ 어린이 놀이헌장

 전국 시·도교육감들이 공동으로 ‘어린이 놀이헌장’ 초안을 만들었다고 한다. 대략 이런 내용이다. “어린이는 놀 때 가장 행복하며 누구든 놀 권리가 있다. 가정과 학교, 지역사회는 어린이가 놀 시간과 놀 터를 마련해주고 놀 권리와 가치, 중요성을 존중해야 한다.” 경향신문의 ‘놀이가 밥이다’란 기획기사(2014년 2월25일~3월21일)가 이번 놀이헌장 제정으로 이어졌다는 소식이다. 어린이 놀이헌정은 다양한 의견수렴을 거쳐 5월5일 어린이날을 전후해 공식 선포될 예정이다.
 한국인은 전형적인 호모 루덴스(놀이하는 인간)라고 했다.(조흥윤 <한국문화론>) 그만큼 다양하고 독특한 놀이문화가 존재했다. 옛날의 어린이들은 학교, 등·하교길, 동네 골목이 모두 놀이터였다. 놀기 위해 마실을 다녔다. 고무줄놀이, 땅따먹기, 사방치기, 찰흙놀이, 술래잡기, 구슬치기, 딱지치기, 숨바꼭질, 오징어놀이, 자치기, 말뚝박기, 깡통차기, 공기놀이 등으로 하루 해가 짧았다. 규칙에 따라 죽었다가도 다시 살아났다. 언니·형들은 놀이를 이끄는 훌륭한 리더였다.
 마을 공동체의 해체와 핵가족화는 놀이의 몰락을 가져왔다. 요즘 어린이들은 집·학교·학원이라는 쳇바퀴를 돌며 성적 스트레스에 짓눌린 채 살고 있다. 아이들이 놀이의 즐거움을 맘껏 누리지 못하는 현실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어린 시절의 ‘놀이 결핍’이 이 나라를 미움과 독을 품은 분노사회로 만든 건 아닐까. ‘세상 모든 어린이는 충분히 쉬고 놀 권리가 있다.’ 유엔아동권리협약 제31조다. 이번에 제정하는 놀이헌장도 어른들이 빼앗은 아이들의 ‘놀 권리’를 돌려주자는 게 목적이다.
 교육청이 이제라도 어린이 놀 권리에 주목하는 건 크게 환영할 일이다. 다만, 놀이를 통해 뭘 가르치겠다는 발상은 아니었으면 한다. 돈과 시간을 따로 들여 아이들을 강제로 놀이 프로그램에 참여시키는 것도 틀렸다. 진정한 놀이는 자발성이 핵심이고, 오직 즐거움이 목적이다. 적어도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는 수업시간을 줄이고 노는 시간을 확 늘렸으면 좋겠다. “얘들아, 이번 방학숙제는 그냥 ‘놀기’다.” 아이들이 공부의 감옥에서 해방돼 재미있게 놀아야 온 나라가 행복하다. 김석종 논설위원 2015.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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