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행복감
“행복은 이제 우리 사회에서 가장 강력한 판타지다.(…) 만일 당신이 행복이 무엇인지 쉽게 정의할 수 없다면, 그건 이유가 있다. 행복은 작은 것, 순간적으로 스쳐가고 마는 소소한 것 안에 조용히 얼굴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사회심리학자 존 슈메이커가 쓴 <Are You Happy:행복의 유혹>은 ‘소비=행복’ 공식을 비판한 책이다. 행복학의 권위자인 에드 디너도 <모나리자 미소의 법칙>에서 지속적이고 완벽한 행복은 실현 자체가 불가능하니 ‘조금 불행한 행복을 원하라’고 조언한다.
최근 행복의 기준은 ‘돈 없이 행복할 수 없다’보다 ‘돈만으론 행복할 수 없다’ 쪽이 대세인 것 같다. 세계 여러 기관들의 행복지수 조사에서 가난한 은둔의 왕국 부탄이 자주 1위에 오르는 것도 ‘물질보다 정신적 풍요’를 따르는 문화 덕분이다. 행복에 대한 책과 강연으로 유명한 ‘행복 전도사’들 역시 행복하려면 욕심과 자만, 독선을 내려놓고 작은 것에 만족하라고 강조한다.
이번에 한국인들이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행복감에서 세계 최저 수준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갤럽은 한국인이 일상에서 느끼는 행복 지수가 143개 나라 가운데 최하위권인 118번째라고 발표했다. 안타까운 건 1년 사이 행복 순위가 94위에서 24계단이나 추락했다는 점이다. 가장 행복한 나라는 파라과이가 꼽혔다. 그 뒤를 콜롬비아, 에콰도르, 과테말라 등이 이어 중남미 국가들이 상위 10위를 모두 휩쓸었다.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라틴 아메리카인들의 기질이 행복감으로 나타난 듯하다. 부탄은 이번에도 상위권을 차지했다. 행복감이 가장 낮은 국가는 아프리카 수단이었으며 터키와 세르비아, 방글라데시 등도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한국 사회가 그다지 행복하지 않다는 게 새삼스럽지는 않다. 양극화, 무한경쟁, 상대적 박탈감 등이 갈수록 심해지니 행복지수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 경쟁의 룰도 공정하지 못하다. 여기에 지난해 세월호 참사 등의 우울한 사건·사고와 경기 침체 등으로 모두 어깨가 처져있다. 이제는 국가 지도자들이 국민총생산(GNP)보다 국민총행복(GNH)을 높이는 정책을 폈으면 한다. 대한민국 헌법도 행복추구권(제 10조)을 명문화하고 있다. 김석종 논설위원2015.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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