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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ZOOM人

리처드기어 감탄시킨 사찰음식 대가 대안 스님

by 김석종 2013. 6. 17.

ㆍ사찰음식 대중화·세계화 앞장 대안 스님

조계종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은 6일부터 9일까지 나흘 동안 서울 강남구 삼성동 봉은사에서 대규모 사찰음식 축제를 열고 있다. 행사에는 적문, 선재, 대안, 정관, 우관 스님 등 불교계 사찰음식 전문가들이 총출동한다. 대안 스님(53)은 축제에서 전시와 체험, 교육, 음식경연대회 심사 등을 맡았다. 경남 산청 금수암 주지인 그는 조계종 공식 사찰음식점 ‘발우공양’ 대표로 사찰음식 대중화, 세계화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5일 서울 견지동 조계사 맞은편에 있는 발우공양에서 대안 스님을 만났다.



사찰음식 전문가 대안 스님은 “생명존중, 친환경, 은혜의 마음으로 만들고 먹는 사찰음식이 세계적인 건강식으로 각광받게 될 것”이라며 “발우공양의 비움과 나눔 정신이 사찰뿐만 아니라 가정의 식탁에까지 전파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서성일 기자

 


▲ 뿌리·줄기·열매 등이 식재료… 자연에 순응하고 생태와 조화
비움·나눔이 사찰음식의 정신… 조계종 사찰음식축제 9일까지


-요즘 사찰음식이 주목받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사찰음식은 몸의 건강과 함께 마음의 지혜까지 키워주는 상차림입니다. 현대인들이 겪고 있는 질병들은 모두 잘못된 식습관에서 비롯됐다고 봐야 합니다. 사찰음식은 기본적으로 채식인데다 화학 조미료를 쓰지 않고 제철 재료들을 씁니다. 해로운 것이 전혀 없어요. 자연친화적인 웰빙음식의 결정판이지요. 모든 식물에 있는 약성(藥性)을 최대한 살린 약선요리입니다.”

대안 스님은 사찰음식이야말로 약식동원(藥食同源), ‘음식은 곧 약’이라는 말에 가장 가까운 음식이라고 말한다. 그는 올바른 공양법으로 “음식 속에 담긴 생명에 대한 고마움과 음식이 내게 오기까지 수고한 이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까지 느껴야 한다”며 “밥을 줄여야 마음이 비워지고 정신이 맑아진다”고 강조했다.

“사찰음식에는 생명에 대한 존중과 배려, 자비심이 담겨 있습니다. 음식은 톱니바퀴같이 맞물려 있는 모든 생명의 상부상조로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음식을 만들고 먹는 것 자체가 공심(公心)의 실천이고 수행입니다. 특히 불교 식사법인 발우 공양에는 나눔과 비움의 철학이 들어있습니다. 때에 맞게 먹고 자기 양에 맞게 먹기 때문에 과식하지 않죠. 이기심, 욕심을 덜어내는 수행이죠.”

-사찰음식의 특징은 무엇입니까.

“사찰음식은 식재료가 제한적입니다. 그런데도 뿌리, 줄기, 열매, 꽃을 모두 이용해 다양한 음식을 만들어요.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무분별하게 재료를 쓰지 않습니다. 생태 환경과의 조화를 살피면서 음식을 합니다. 저는 그것을 ‘조화로운 밥상’이라고 부릅니다. 새로운 레시피를 개발할 때도 전통적인 재료와 조리법을 지킵니다. 몸도 마음도 편안한 밥상, 지속적으로 오래 먹을 수 있는 밥상을 차리려고 합니다. 자연에 순응하고 어느 것 하나 힘들게 하지 않기 때문에 순환이 잘 되고 먹고나서 속이 편안한 겁니다.”

-사찰음식에 육류와 오신채를 쓰지 않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열반경>에 육류를 먹으면 자비심이 없어진다고 했어요. 마늘 파 부추 달래 흥거(양파) 등 오신채를 경계하는 것은 몸과 마음을 청정하게 하기 위해서죠. 냄새가 심하고 자극적인 오신채는 음심과 흥분, 성내는 마음이 일어나게 합니다. 불성(佛性)을 지키기 위해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것, 아무것도 해치지 않은 것만 먹는 순수식이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인삼야채말이(왼쪽)·인삼오이말이


대안 스님은 25세에 해인사 국일암에서 출가했다. 스님들이 장수하는 비결이 섭식에 있다는 믿음 때문에 사찰음식에 관심을 갖게 됐다. 어머니에게서 물려 받은 손맛에다 지난해 입적한 국일암 성원 노스님에게 본격적으로 사찰음식을 전수받았다. 각 사찰의 노스님들을 찾아다니며 배운 사찰음식 레시피와 조리법을 현대인에게 맞게 변형하고 새로운 음식을 개발했다.

최근 들어 한국 사찰음식이 세계적인 건강식으로 떠오르면서 그야말로 눈코 뜰새 없이 바쁘다. 주중에는 음식점 발우공양의 음식을 책임지고, 주말에는 지리산 자락 금수암 주변의 채전을 돌아본다. 지리산, 덕유산, 오대산 등 심산에서 나는 산나물을 구하고 철따라 금수암의 된장·간장·고추장을 간수하는 일도 그의 몫이다. 사찰음식 연구와 강의, 방송출연 일정도 밀려 있다.

지리산 능이버섯에 은행을 다져 넣은 능이죽, 산더덕과 신선초 위에 잣 소스를 뿌린 샐러드, 초밥을 오대산 곰취로 싸고 죽순 저민 것을 얹은 절집 초밥 등 그가 개발한 사찰음식만도 수백가지라고 한다. 사찰음식 관련 책 <마음의 살까지 빼는 사찰음식 다이어트>, <식탁 위의 명상>, <열두달 절집 밥상 요리>, <마음 살리는 레시피>를 펴내기도 했다. 동국대 가정학과에서 ‘한·중·일 사찰음식의 식생활 비교연구’를 주제로 박사논문을 쓰고 있다.

“자극적인 음식에 길들여진 사람들은 사찰음식이 좀 심심하다고 하지만 맛에서도 어떤 음식에 뒤지지 않습니다. 사찰음식의 기본 베이스는 장입니다. 사찰에서 담근 메주를 따라올 수 없어요. 절집 음식은 우리 조상들이 먹던 민족음식, 전래음식의 원형에 가깝습니다. 그것을 현대에 맞는 레시피로 만들어서 가정은 물론이고 서구인들에게 필요한 음식으로 보급하고 있습니다.”

대안 스님은 2006년부터 해마다 미국, 독일, 프랑스 등을 방문해 한국 사찰음식을 소개하고 있다. 지난 5월초에는 미국 뉴욕의 음식 칼럼니스트들에게 사찰음식을 선보여 극찬을 받고 돌아왔다고 한다.

“우리나라 일반 김치는 마늘, 파, 젓갈 냄새와 자극성 때문에 외국인들이 거부감을 느낍니다. 사찰 김치는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해서 외국인들이 더 좋아합니다. 이번에 뉴욕에서 장아찌쌈밥, 샐러드, 검은깨 넣은 연근전에 우엉차를 후식으로 냈는데 반응이 아주 좋았습니다. 채소를 으깨고 혼합하고 다양한 조리과정을 거치는 것에 놀랍니다. 잣 등 견과류를 샐러드 하나 넣지 않고 식재료로 쓰는 데 감탄합니다.”

-이번에 조계종이 음식축제를 여는 뜻은 무엇입니까.

 

“일반인들이 사찰음식에 친근감을 갖도록 하자는 뜻입니다. 불교문화사업단은 생명존중, 친환경, 은혜의 뜻이 담긴 사찰음식문화를 일반에 보급하는 계기로 삼으려고 합니다. 저는 사찰음식이 일반 가정집 식사에도 응용될 수 있도록 힘껏 도울 생각입니다.”

조계종이 종단 차원에서 통합적으로 사찰음식을 선보이는 이번 축제에는 사찰음식 특화사찰인 산청 금수암과 서울 진관사, 수원 봉녕사, 평택 수도사, 대전 영선사, 의성 고운사, 울진 불영사 등이 참여한다. 이 행사에서 사찰음식의 정신을 대중화하기 위한 ‘3소식 캠페인’도 시작한다. 3소식은 모든 음식을 즐겁고 감사한 마음으로 먹는 것(笑食), 과식을 삼가고 건강을 유지할 목적으로 최소한의 양만 먹는 것(小食), 가능하면 육식을 삼가고 채소를 먹는 것(蔬食)을 말한다. 이를 통해 건강한 삶, 나누는 삶, 조화로운 삶을 실현하고 비움과 나눔이라는 사찰음식의 정신을 구현하자는 뜻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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