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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ZOOM人

10년 고행으로 완성한 천의무봉 비천상(飛天像)

by 김석종 2014. 1. 8.

 <김석종의 만인보>(이 블로그의 '만인보' 참조)에 소개했던 불교 목조각의 일인자 허길량 장인의 ‘소나무 비천이 되어’ 전시회가 8일 시작됐다. 통나무를 깎아 조각한 비천상(飛天像) 33점을 공개하는 뜻깊은 전시회다. 비천상은 하늘을 날아다니는 선인(仙人)을 묘사한 그림이나 조각으로, 너울거리는 천의(天衣)를 걸치고 꼬리가 긴 꽃구름 속에서 악기를 연주하거나 부처에게 공양하는 모습을 하고 있다.

 

 

 

 

 

 

 

  <불교 목조각 장인 허길량씨 예술의전당서 전시>(※경향신문 2014년 1월 5일자에 실린 기사입니다.)

 불교의 우주관에서 세상의 중심을 이루는 수미산 꼭대기에 도리천이 있다고 한다. 이 천상의 세계는 33개의 하늘(33천)로 이루어졌다. 이곳에 살면서 부처가 설법하는 곳에 나타나 악기를 연주하고 춤을 추며 꽃을 뿌리고 공양을 올리는 선인(仙人)을 비천(飛天)이라고 한다.

 

 불상, 사찰 장식 등 이른바 불교 장엄(莊嚴)의 목공예 전통을 이은 불교 목조각의 일인자 허길량 장인(60)이 이 비천을 목조 33점의 비천상으로 완성해 전시회를 연다. 오는 8일부터 16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는 ‘소나무 비천이 되어’다. 수덕사 대웅전의 바라주비천, 신륵사 석등의 다공양비천, 위봉사의 향공양비천, 대흥사 금당암의 장고주비천, 성덕대왕신종의 연화공양비천(사진), 고달사지 부도의 화공양비천, 상원사 범종의 생황지비천 등을 쪼갬목 하나 쓰지 않고 지름 80㎝ 이상의 통나무를 통째로 깎고 다듬어 섬세하게 재현했다. 나뭇결을 살리기 위해 사포를 전혀 쓰지 않고 조각칼만으로 새기고 다듬었다. 2002년 통나무로 조각한 33점의 관음상 전시로 화제를 모았던 허길량 장인이 12년 만에 여는 두 번째 전시다.

 

 15세에 목공예에 입문한 허 장인은 우일 스님의 제자가 되어 본격적으로 전통 불교 조각의 형태, 비례, 색채 등 기법과 의식을 전수받았다. 조선 중기의 금호 스님을 시작으로 보응, 일섭, 우일 스님으로 전해진 정통 계보를 이어받은 것이다. 45년을 목조각에만 매달려 인천 흥륜사 천수천안 관음보살상, 밀양 표충사 사천왕상, 해남 대흥사 천불전 삼존불 등 한국 사찰의 대표 불상들을 조성했다. 2001년 중요무형문화재 제108호 목조각장 보유자로 지정됐지만, 동종업계 종사자와 송사에 휘말리면서 무형문화재 자격을 박탈당했다가 2011년 승소 판결로 누명을 벗었다. 그 과정에서 고통을 잊기 위해 꼬박 10년 동안 고행하듯 깎은 비천상 33점이 이번 전시에 나온 작품들이다. 무료. (02)580-1300.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유진룡
 “조형예술이라는 형식을 통해 부처님의 가르침을 함축적이고 상징적으로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게 함으로써 불교미술이 본격적인 대중예술로 인정받는 계기를 마련했다.”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
 “수행과 예술혼을 불사르는 불모 허길량의 작품 세계는 경의를 이끌어내기에 부족함이 없다. 불교예술에 있어서 새로운 경지를 열었다.”

 

 한국공예예술가협회 이칠용 회장
 “10년간 작업한 노고가 고스란히 느껴질만큼 비천상 서른 세 작품에서 섬세함이 묻어났다. 허길량 장인이 비천상을 깎으며 견딘 억울한 10년 세월 보상하기 위해서라도 잃어버린 중요무현문화재 재지정이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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