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충청도 말투
느긋하면서도 결코 녹록지 않은 충청도 사람의 기질을 빗댄 우스개는 많다. 서울 사람이 충청도 시골의 좁은 길을 차로 달리다 경운기에 막혔다. 급한 마음에 신경질적으로 경적을 울렸다. 경운기를 멈춰세운 아저씨가 하는 말. “그리 급하믄 어제 오지 그랬슈.” 선거 때 충청도 여론조사는 잘 안 맞는다고 한다. “다들 훌륭한 분이라고 하대유. 이길 사람이 이기겄쥬. 그란디 한화는 왜 맨날 진대유.” 그래서 나온 말이 있다. “충청 표심? 몰러유.”
충청도 지방말(방언)은 느리면서 말끝에 ‘~겨, ~여, ~유’가 붙어 구수하다. 옛날에는 “돌~굴~러~가~유~”라고 하는 동안 벌써 돌에 맞았다고 놀렸다. “뭔소리래유~. 말은 느려도 행동은 빨러유~.” 최근 충북도립대 조동욱 교수가 충청도의 느린 끝말이 정감 있고 예의 바르고 착한 느낌을 준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충청도 양반’이란 말이 그래서 나왔단다. 줄여서 말하는 데도 도사들이다. “개 혀?”(개고기 할 줄 알어?), “갔슈.”(돌아가셨습니다), “그류?”(그렇습니까?)
소설가 이문구는 <관촌수필>과 <우리동네> 등에서 능청스럽고 구성진 충청도 토박이말을 유려하게 구사한다. 소설 속 ‘우리동네’ 김씨, 이씨 등은 겉으로는 헐렁해 보여도 속은 야무지고 의뭉스럽다. 야멸차고 반지빠른 장사꾼 기질과 정반대되는 충청도 사람들의 풍자, 해학, 지혜, 줏대, 주관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정치인으로는 JP(김종필 전 자민련총재)가 충청도 사투리를 ‘기맥히게’ 잘 쓴다.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해 거듭된 ‘말바꾸기’를 지적받은 이완구 국무총리가 “충청도 말투 때문”이라고 변명했다고 한다. 보통 ‘글쎄요’ 하는 충청도 말투 때문에 곧바로 딱딱 얘기를 못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돈을 받은 증거가 나오면 목숨을 걸겠다” 같은 직설화법을 쓰는 총리가 충청도 말투를 거론하는 게 참 어색하다. “야, 시상(세상)일이 한가지루다가 똑 떨어지는 벱(법)은 절대루 없는겨. 사램이 뭔 일을 허잖냐? 그라믄 그 일은 반다시(반드시) 새끼를 친대니께? (…) 푸지게 먹으믄 새끼 쳐서 설사허구 허는 거지.”(남덕현 에세이 <충청도의 힘>) 어쨌든 이번에 정치인들이 ‘설사’를 좀 할 것 같다. “하여튼 요즘 국민들은 속터져 죽겄슈.” 2015.4.18
충청도 지방말(방언)은 느리면서 말끝에 ‘~겨, ~여, ~유’가 붙어 구수하다. 옛날에는 “돌~굴~러~가~유~”라고 하는 동안 벌써 돌에 맞았다고 놀렸다. “뭔소리래유~. 말은 느려도 행동은 빨러유~.” 최근 충북도립대 조동욱 교수가 충청도의 느린 끝말이 정감 있고 예의 바르고 착한 느낌을 준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충청도 양반’이란 말이 그래서 나왔단다. 줄여서 말하는 데도 도사들이다. “개 혀?”(개고기 할 줄 알어?), “갔슈.”(돌아가셨습니다), “그류?”(그렇습니까?)
소설가 이문구는 <관촌수필>과 <우리동네> 등에서 능청스럽고 구성진 충청도 토박이말을 유려하게 구사한다. 소설 속 ‘우리동네’ 김씨, 이씨 등은 겉으로는 헐렁해 보여도 속은 야무지고 의뭉스럽다. 야멸차고 반지빠른 장사꾼 기질과 정반대되는 충청도 사람들의 풍자, 해학, 지혜, 줏대, 주관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정치인으로는 JP(김종필 전 자민련총재)가 충청도 사투리를 ‘기맥히게’ 잘 쓴다.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해 거듭된 ‘말바꾸기’를 지적받은 이완구 국무총리가 “충청도 말투 때문”이라고 변명했다고 한다. 보통 ‘글쎄요’ 하는 충청도 말투 때문에 곧바로 딱딱 얘기를 못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돈을 받은 증거가 나오면 목숨을 걸겠다” 같은 직설화법을 쓰는 총리가 충청도 말투를 거론하는 게 참 어색하다. “야, 시상(세상)일이 한가지루다가 똑 떨어지는 벱(법)은 절대루 없는겨. 사램이 뭔 일을 허잖냐? 그라믄 그 일은 반다시(반드시) 새끼를 친대니께? (…) 푸지게 먹으믄 새끼 쳐서 설사허구 허는 거지.”(남덕현 에세이 <충청도의 힘>) 어쨌든 이번에 정치인들이 ‘설사’를 좀 할 것 같다. “하여튼 요즘 국민들은 속터져 죽겄슈.” 2015.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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