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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정치 개그

by 김석종 2015. 6. 2.

[여적]정치 개그

미국 방송들은 현직 대통령과 유력 정치인들이 최고의 코미디 소재다. 이런 식이다. “클린턴에게 ‘안전한 섹스’란?” “힐러리가 집을 비웠을 때.” 영국도 정치인들을 신랄하게 비꼰다. “이 시대 유명인사의 영상을 보시겠습니다.” 이어 에드 밀리밴드 노동당 대표가 연설하는 영상이 나온다. “아! 저 여자요?” 카리스마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밀리밴드는 졸지에 여자가 됐다. 우리나라였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다.

코미디언 이주일은 5공화국 때 “못 생겨서 죄송합니다” “뭔가 보여드리겠습니다” 같은 유행어로 웃겼다. 당시 ‘전두환과 이주일의 공통점 시리즈’가 유행했다. 데뷔 시기가 같다. 머리가 벗겨졌다. 축구를 좋아한다. 텔레비전에 자주 나온다. 푸른 집에 산다(청와대와 극장식당 ‘초원의 집’). 미국에 자주 간다. 웃긴다. 그리고 늘 ‘뭔가 보여주겠다’고 뻥친다. 그 후 국회의원이 된 이주일은 “코미디 한 수 잘 배우고 갑니다”라는 유명한 대사를 남겼다. 전유성은 한술 더 떴다. “이제는 전직 국회의원들이 직업 코미디언이 됐으면 좋겠다.”

풍자는 코미디의 본령이다. 우리나라 방송에서 정치 풍자 개그의 시작은 1980년대 재벌을 풍자한 ‘회장님 회장님 우리 회장님’이라고 한다. 당시 “잘될 턱이 있나”라는 유행어는 대통령 부인을 빗댔다. ‘개그콘서트’(개콘)는 정치 풍자의 새 지평을 열었다. 하지만 정치인들이 웃음을 꺾었다. 2012년 ‘사마귀 유치원’ 코너는 국회의원 공천 관행을 꼬집었다가 소송을 당했다. ‘용감한 녀석들’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게 “(공약을)지키길 바래”라며 반말을 했다고 제재를 받았다.

최근 개콘이 오랜만에 선보인 풍자 코미디 ‘민상토론’이 인기인 모양이다. ‘먹는 얘기’를 하다가 ‘경남도 무상급식 중단’을 말하고, ‘마시는 물’을 두고는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에 대한 찬반의견을 묻는 식이다. ‘복잡한 문제인 것 같다’고 하면 ‘문재인 대표가 문제’라고 한다. 방송 2회 만에 개콘 코너 중 시청률 1위에 올라섰다. 풍자를 제대로 할 수 없는 현실을 풍자하는 게 묘미다. 하지만 그리 수준 높은 본격 코미디는 아닌 듯하다. 하기는 정치가 막장 중의 막장이니 코미디로 웃기기도 참 어렵겠다.2015.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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