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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집으로 가는 길

by 김석종 2014. 11. 28.

   여적/집으로 가는 길…

 

 

   이정향 감독의 영화 <집으로>에서 7살짜리 도시 아이 상우(유승호)가 외딴 산골 외할머니에게 맡겨진다. 아이는 산골 생활이 심심하고 짜증나서 말 못하고 글도 못 읽는 외할머니에게 투정을 부리고 짖궂게 괴롭힌다. 할머니는 그런 상우를 단 한번도 나무라지 않고 무엇이든 해주려고 하지만 늘상 어긋난다. 우리들 마음 속에서 집은 이런 할머니의 품처럼 따뜻한 곳이다.
 살면서 누구나 집을 떠나기 마련이다. ‘집 떠나면 개고생’인 줄 뻔히 알지만 어쩔 수 없다. 그리고 떠나온 옛집을 그리워하며 평생 저마다의 새집을 짓는 게 인생인지도 모르겠다. 집은 귀소 본능의 대상이기도 하다. 예컨대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에서 오디세우스는 전쟁에 참가했다가 귀향하는 과정의 모험담이다. <오즈의 마법사>는 회오리바람에 휩쓸린 도로시가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마법사 오즈를 만나는 이야기다. 카프카도 <집으로 가는 길>을 썼다. 방은진 감독의 영화 <집으로 가는 길>은 프랑스 오를리 공항에서 마약 운반범으로 오인돼 외딴 섬에 수감된 한국인 주부의 실화를 그렸다. 주인공 송정연(전도연)은 이렇게 절규한다. “저는…, 집으로 가고 싶습니다.”
 성경에서 집은 우리가 떠나온 낙원 혹은 천국으로 비유된다. “우리는 모두 집에서 왔고, 집으로 가고 있다.” 미국 작가 리 캐롤이 쓴 우화 소설 <집으로 가는 길>은 성경 속 ‘탕자의 비유’와 궤를 같이한다. 안락한 집을 떠나 험난한 여정에 지친 주인공이 집에 돌아오자 아버지는 아들을 사랑으로 꼬옥 껴안아준다.
 불교에서는 세속의 인연을 딱 끊어버리고 수행 생활에 들어가는 것을 출가(出家)라 한다. 이번에 합천 해인사 원철 스님이 산문집 <집으로 가는 길은 어디서라도 멀지 않다>를 냈다. 법정 스님 이후 불교계 최고의 문장가이자 수필가라는 원철 스님에게 ‘집’이란 원래 있어야 할 자리, 반드시 돌아가야 할 곳이다. 불교용어로 ‘본래 면목’을 뜻한다. “아무리 멀리 떠나도 집으로 돌아갈 때는 멀다고 느끼지 않는다. 깨달음의 길도 지금 어디서 출발해도 결코 멀지 않다.”

 책에서 스님은 인간 세상을 인토(忍土)라고도 부르는데, 그게 바로 세상에 참지 못할 고통과 어려움은 없다는 뜻이라고 했다. 어느새 나무들이 옷을 벗고 외풍을 맞고 있다. 이런 때 “각자 자기가 선 자리가 집으로 가는 길”이라는 원철 스님의 말을 곱씹어본다. 원철 스님이 즐겨 쓰는 말이 있다. “죽어도 좋고, 살면 더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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