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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여적]해남 메뚜기떼

by 김석종 2014. 9. 8.

[여적]해남 메뚜기떼

추석 무렵, 추수를 앞둔 황금 들판에는 메뚜기가 후둑후둑 튀었다. 그 메뚜기를 잡아 기름과 소금에 볶아 먹으면 별미였다. 한때는 메뚜기 튀김이 생맥줏집 안주로도 나왔다. 한자의 ‘가을 추(秋)’자는 ‘벼(禾)를 말린다(火)’는, 수확의 계절을 뜻한다. 갑골문을 보면 벼보다는 메뚜기 형상이라는 주장도 있다. ‘메뚜기를 불에 구워 먹는’ 풍습을 가진 동이족이 글자를 만들었다는 유추다. 세례자 요한도 광야에서 메뚜기와 석청(꿀)으로 연명했다.

하지만 메뚜기가 떼로 달려들면 얘기가 달라진다. 말 그대로 공포의 대상이다. “검은 구름처럼 지평선 위에 걸쳤더니 이윽고 부채꼴로 퍼지면서 하늘을 뒤덮었다. 세상이 밤처럼 캄캄해지고 메뚜기들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천지를 진동했다. 내려앉은 곳은 잎사귀 하나 없는 황무지가 됐다.” 펄 벅의 소설 <대지>에서 메뚜기떼가 중국 마을을 휩쓰는 장면이다.

 

메뚜기 재난의 가장 오랜 기록은 구약성경의 출애굽기다. “메뚜기가 지면을 덮어서 사람이 땅을 볼 수 없을 것이라. 메뚜기가 우박을 면하고 남은 것을 먹으며 들에 너희를 위하여 자라는 모든 나무를 먹을 것이며….” <삼국지>에서는 조조와 여포가 맞붙었던 ‘복양전투’ 때 메뚜기떼의 습격 때문에 전쟁을 멈췄다.


<삼국사기> <고려사> <조선왕조실록>에도 황충(蝗蟲) 피해에 대한 기록이 많다. 황충은 메뚜기과에 속하는 풀무치를 일컫는다. 정조 때 기록을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에서 메뚜기떼 피해는 남의 얘기가 됐다. 그러나 아프리카, 중동, 중국, 인도, 미국 등은 메뚜기떼 피해가 대재난 수준이었다. 최근 지구온난화로 전 세계에서 메뚜기떼 출몰 소식이 더 잦아졌다. 지금도 아프리카 동쪽 섬나라 마다가스카르가 메뚜기떼 재앙을 겪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메뚜기떼가 전남 해남땅을 강타했다. 역사 속의 황충, 풀무치떼가 해남의 농경지를 까맣게 뒤덮었다고 한다. 이 지역은 친환경 유기농업으로 벼농사를 짓는 곳이다. 그동안 메뚜기는 친환경 쌀의 상징으로 꼽혔다. ‘메뚜기쌀’ 브랜드로 청정 지역 쌀을 홍보하는 곳도 많다. ‘메뚜기도 한철’이라는데 사나운 황충떼는 어서 물러가고 정겨운 벼메뚜기가 귀성길의 들판에서 추억을 살려줬으면 좋겠다.

 

 

메뚜기 잡이 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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