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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여적]등굣길

by 김석종 2014. 9. 8.

[여적]등굣길

“학교종이 땡땡땡 어서 모이자 선생님이 우리를 기다리신다.” 이 노래는 학교종이 사라지면서 음악 교과서에서도 사라졌다고 한다. 그래도 학교종 시절의 초등학생들은 왁자지껄 떠들면서 비교적 여유롭게 등교했던 것 같다.

 

물론 중학교 때부터는 지각 단속이 엄격했다. 선도부라고 부르는 3학년 선배들이 오전 8시 정각에 교문을 닫아버리고 쪽문에서 아이들을 붙잡았다. 육중한 철문이 닫히기 전에 교문을 통과하기 위해 숨을 헉헉대며 뛰어가는 아이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닫히는 교문을 가까스로 밀고 들어서면 운동장에 있던 아이들이 “세이프!”하며 박수를 쳐주기도 했다. 뒤늦게 담장을 넘다 걸려 몽둥이로 엉덩이를 맞거나 운동장 30바퀴씩을 도는 아이들도 있었다.


예나 지금이나 아이들의 등굣길은 괴롭다. 한창 자라는 아이들에게 새벽잠만큼 달콤한 게 없다. “빨리 일어나! 이러다 학교 시간 늦어.” 매일 아침 1분이라도 더 누워 있고 싶어 뭉그적거리다가 엄마와 한바탕 전쟁을 치르기 일쑤다. 학교에 가서도 아침부터 꾸벅꾸벅 조는 아이들이 한둘이 아니다.

경기도 초·중·고교에서 아침 9시 등교가 일제히 시행됐다고 한다. “학생들에게 잠잘 시간을 좀 더 주고 가족들과 아침밥을 먹을 수 있게 등교 시간을 늦추겠다”는 취지다. 찬반 의견은 여전히 분분한 모양이다. 하지만 당사자인 학생들이 대부분 반기는 분위기라니 다행이다. 이참에 이 제도가 전국으로 확산됐으면 한다. 더 나아가 아이들을 끔찍한 입시경쟁에서 풀어주는 출발점이 됐으면 좋겠다.

 

교육자 이오덕 선생은 일찍이 “아이를 학대하는 종족은 망한다”고 단언했다. 어린이인권운동가 방정환 선생은 말했다. “어른이 어린이(젊은이)를 내리누르지 말자. 삼십년 사십년 뒤진 옛사람들이 삼십 사십년 앞사람을 잡아끌지 말자. 낡은 사람은 새 사람을 원하고 떠받쳐서만 그들의 뒤를 따라서만 밝은 데로 나아갈 수 있고 새로워질 수가 있고 무덤을 피할 수 있는 것이다.”

“둘이 살짝 부딪히던/ 그날도 오늘같이, 화창한 날/ 그날 이후 항상 너의 웃음이 떠올라….” 우쿨렐레 피크닉이라는 가수의 ‘아침 등굣길’ 가사다. 아이들의 등굣길이 더 여유롭고 활기차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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