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애국가
애국가 작곡자는 안익태다. 1931년 미국 방문 길에 동포들이 ‘동해물과 백두산이…’를 스코틀랜드 민요 ‘올드 랭 사인’에 맞춰 부르는 것을 듣고 악상을 떠올렸다는 설이 유력하다. 후렴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이 포함된 악보는 1936년 베를린에서 완성했다고 한다. 안익태의 친일 논란, 애국가의 표절 논란도 제기된다. 애국가 작사자는 공식적으로는 ‘미상’이다. 윤치호, 안창호, 최병헌 등이 거론되지만 현재 윤치호설이 가장 유력하다. 1955년 국사편찬위원회 심의에서 11대 2로 ‘윤치호 작사’가 압도적이었지만 윤치호가 친일파라는 사실 때문에 판단을 유보했다고 한다. 문화재제자리찾기 대표 혜문 스님은 올해 초 미국 에모리대학에 보관된 1907년 윤치호 작 애국가 친필본을 확인하고 진본이라고 주장했다.
1970~80년대 학교 전체조회(애국조회)는 엄숙한 국민의례로 시작됐다. “나는 자랑스런 태극기 앞에….” 아이들은 태극기를 향해 서서 오른 손을 왼쪽 가슴에 올리고 ‘국기에 대한 맹세’를 했다. 이어 애국가를 4절까지 제창했다. 교복을 입은 중학생부터는 거수경례를 했다. 매일 오후 5시면 국기 하기식이 ‘거행’됐다. 누구나 가던 길을 멈추고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했다. 영화관에서 애국가가 나오는데 일어서지 않고 딴짓을 하다가 ‘임검석’의 경찰에게 들키켜 즉심에 넘겨지기도 했다. 2014.12.31
실향민 가족의 고단한 삶을 그린 영화 <국제시장>에 그 시절 풍경이 나온다. 주인공 부부가 심각하게 말다툼을 하는 중에 국기하강식의 애국가가 울리자 부동자세로 태극기를 향해 서서 가슴에 손을 얹는다. 마침 박근혜 대통령이 이 장면과 ‘괴로우나 즐거우나 나라 사랑하세’라는 애국가 가사를 예로 들며 ‘애국심’을 강조했다고 한다. 이로써 웃자고 한 블랙코미디가 심각한 다큐가 된 모양새다. 영화를 둘러싼 이념·세대 논쟁도 뜨겁다. 요즘은 국기에 대한 맹세문도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로 바뀌었다. ‘자유’와 ‘정의’가 살아있어야 애국심이 생긴달까. “진짜 힘들었다”는 ‘국제시장세대’와 “지금 너무 힘들다”는 ‘미생세대’를 생각하며 딱 하루 남은 달력을 본다. 참 힘든 2014년이었구나! 김석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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