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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여적]스데롯 전쟁극장

by 김석종 2014. 7. 19.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구경은 뭘까. 고약하게도 불구경과 싸움구경이라고 한다. 때로는 남들의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화재와 싸움을 재미삼아 구경하고 싶은 게 또 인간심리다.

 

로마인들은 이미 2000여년 전에 원형경기장을 만들어 검투사(글래디에이터)들의 처절한 싸움을 즐겼다. 황제 네로는 기독교도들을 원형경기장에 몰아넣고 사자와 싸움을 시켰다. 막대한 상금과 명예에 끌려 검투사를 택한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은 싸우다 죽어야 하는 노예 검투사들이었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영화 <글래디에이터>는 노예 검투사들의 스펙터클한 영상미, 박진감 넘치는 극적 액션 장면들로 기억된다.

인간들의 싸움구경이 스포츠로 발전한 게 권투, 레슬링 등의 격투기다. 인간은 투우(鬪牛), 투견(鬪犬), 투계(鬪鷄)에도 열광한다. 송영의 소설 ‘투계’는 그런 투계의 세계를 실감나게 보여준다. “투계에 쓰일 종계로는 부리가 짧고 두터워야 하고 눈은 광채가 있을수록 좋았다. 광채라 해도 검은 빛의 광채가 아니고 약간 싯누런 빛을 띠우고 있으면 그놈은 틀림없이 잔인하고 대담한 놈이었다.”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악마적인 싸움은 집단 간, 국가 간 싸움인 전쟁이다. 전쟁은 총과 칼 등의 무기가 부딪칠 뿐만 아니라 살인, 폭력, 탐욕, 광기의 총합이다. 전쟁이라면 우리 민족도 끔찍하게 많이 겪었다. 특히 골육상쟁이라 부르는 한국전쟁의 상처는 아직도 다 씻어내지 못했다.

 

 

2차 세계대전을 잃으킨 히틀러의 나찌독일은 유태인들의 씨를 말리겠다고 가스실에 몰아넣었다. 모든 전쟁은 예술작품의 단골 소재가 된다. 현대에는 영화와 드라마, 게임 등에서 가장 인기있는 소재다. 중국 삼국시대 손권과 유비가 연합해 조조에 대항해서 치른 적벽대전은 삼국지의 가장 드라마틱한 전투로 꼽힌다. 이 전투는 <적벽대전>이라는 영화로 실감나게 재현됐다.

 

인기 전쟁 게임인 ‘마인크래프트’에는 종족전쟁 관련 규칙이 있다고 한다. 전쟁에 참여하지 않는 종족은 ‘전쟁구경권’을 사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은 또 첨단무기로 치러지는 실제 전쟁이 텔레비전을 통해 실황중계되는 시대다.

그런데 ‘강 건너 불구경’은 재미가 없다더니 이젠 이런 ‘전쟁 게임’이나 ‘전쟁 극장’도 자극이 없어 시시해진 모양이다. 1995년 보스니아 내전 때는 이탈리아에서 실제 전투에 참여해 적과 교전을 벌이는 ‘용병참가 코스’라는 전쟁관광상품이 등장해 국제적인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이번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폭격하는 광경을 구경하기 위해 이스라엘 사람들이 국경지대인 스데롯의 언덕에 모였다는 소식이다. 휴대용 라디오, 망원경, 간이의자, 도시락 등을 준비해 전쟁을 ‘공연’처럼 관람한다는 것이다. 나치의 잔혹한 학살을 겪은 유태인들이 “브라보, 브라보”를 외치며 폭격의 ‘불꽃놀이’를 즐기고 있다는 ‘스데롯 극장’ 뉴스는 너무나 잔인하고 충격적이다.

 

 

이스라엘의 폭격에 맞아 숨진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소년들의 유가족이 장례식에 모여 울부짖고 있다.

가자시티 | AFP연합뉴스

 

 

                                                       덴마크 기자 ‘알란 쇠렌슨(Allan Sørensen)’이 트위터에

                                                       올린 '스데롯 시네마'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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