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배고픈 선수
임춘애라는 육상선수가 있었다.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 여자 육상 3관왕이다. 그는 우승 직후 인터뷰에서 “라면을 먹고 죽기 살기로 뛰었다”고 말해 국민의 심금을 울렸다. 안쓰러울 정도로 깡마른 몸으로 결승선을 향해 전력질주하던 17세 ‘라면소녀’. 당시 인기 순정만화 <달려라 하니>의 하니와 겹쳐지면서 헝그리정신의 한 상징으로 ‘국민영웅’의 반열에 올랐다.
“나는 여전히 배가 고프다(I’m still hungry).”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한국 축구 역사상 최초로 조별예선 통과를 이끈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탈리아와의 16강전을 앞두고 남긴 명언이다. 그는 결국 한국 대표팀을 월드컵 4강에 올려놓는 기적을 만들어 온 국민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다. 이번에는 호주 아시안컵을 앞둔 울리 슈틸리케 축구 대표팀 감독이 제주 전지훈련의 키워드로 역시 ‘배고픔’을 들고 나왔다. 그는 “열정을 지닌 배고픈 선수가 필요하다”며 “훈련에서 진지한 태도로 좋은 모습을 보이는 선수가 있다면 ‘깜짝 발탁’도 가능하다”고 밝혔다고 한다. ‘어려움을 이겨내는 절실함’을 배고픔으로 표현한 감각이 참 신선하다.
때마침 인요한(미국명 존 린튼) 연세대 교수도 그제 정부로부터 근정훈장을 받는 자리에서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이뤄낸 한국은 이제 ‘온돌방의 도덕’을 회복해야 한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유진 벨 선교사 때부터 4대째 한국에 살고 있는 그가 어린 시절 고향인 전라도 온돌방에 앉아 어른들에게 배운 것이 ‘남들이 너를 홀대한다고 해서 남을 홀대할 자격을 가진 것은 아니다’라는 교훈이었다는 것이다.
어느새 우리는 배고픔의 절실함도, 온돌방의 도덕도 잊어버렸다. 물질의 풍요와 정신의 배고픔을 맞바꾼 세월이랄까. 그러니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나 세월호 참사 등에서도 교훈 하나 얻지 못하는 것일 게다. 사회지도층과 그 자녀들이 ‘땅콩 리턴’ 같은 살벌하고 황당한 사건을 서슴없이 저지르는 것도 배고픔과 가난한 마음의 겸양을 모르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래서 슈틸리케가 말하는 ‘배고픔’은 축구를 넘어 정신적으로 궁핍한 한국사회에 던지는 화두처럼 들린다. 어쨌든 대표팀 합류를 원하는, 절실하게 배고픈 젊은 축구 선수들의 분발과 분전을 기대한다.
“나는 여전히 배가 고프다(I’m still hungry).”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한국 축구 역사상 최초로 조별예선 통과를 이끈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탈리아와의 16강전을 앞두고 남긴 명언이다. 그는 결국 한국 대표팀을 월드컵 4강에 올려놓는 기적을 만들어 온 국민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다. 이번에는 호주 아시안컵을 앞둔 울리 슈틸리케 축구 대표팀 감독이 제주 전지훈련의 키워드로 역시 ‘배고픔’을 들고 나왔다. 그는 “열정을 지닌 배고픈 선수가 필요하다”며 “훈련에서 진지한 태도로 좋은 모습을 보이는 선수가 있다면 ‘깜짝 발탁’도 가능하다”고 밝혔다고 한다. ‘어려움을 이겨내는 절실함’을 배고픔으로 표현한 감각이 참 신선하다.
때마침 인요한(미국명 존 린튼) 연세대 교수도 그제 정부로부터 근정훈장을 받는 자리에서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이뤄낸 한국은 이제 ‘온돌방의 도덕’을 회복해야 한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유진 벨 선교사 때부터 4대째 한국에 살고 있는 그가 어린 시절 고향인 전라도 온돌방에 앉아 어른들에게 배운 것이 ‘남들이 너를 홀대한다고 해서 남을 홀대할 자격을 가진 것은 아니다’라는 교훈이었다는 것이다.
어느새 우리는 배고픔의 절실함도, 온돌방의 도덕도 잊어버렸다. 물질의 풍요와 정신의 배고픔을 맞바꾼 세월이랄까. 그러니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나 세월호 참사 등에서도 교훈 하나 얻지 못하는 것일 게다. 사회지도층과 그 자녀들이 ‘땅콩 리턴’ 같은 살벌하고 황당한 사건을 서슴없이 저지르는 것도 배고픔과 가난한 마음의 겸양을 모르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래서 슈틸리케가 말하는 ‘배고픔’은 축구를 넘어 정신적으로 궁핍한 한국사회에 던지는 화두처럼 들린다. 어쨌든 대표팀 합류를 원하는, 절실하게 배고픈 젊은 축구 선수들의 분발과 분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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