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기도문집 ‘내 영혼의 작은 흔들림’ 펴낸 김기석 목사
지난주에는 청파교회 김기석 목사를 인터뷰했습니다. 그는 인문학적 성찰과 문학적 표현이 뛰어난 설교와 기도, 시인의 감수성 가득한 글쓰기로 삶과 신앙을 담아내는 목회자입니다. 늘 고난받는 이들의 편에 서서 함께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구도자이자 영성가입니다.
사진 김영민 기자
그는 인터뷰 내내 부드럽고 겸손한 미소를 잃지 않았습니다, 나직한 목소리로 이어지는 김 목사의 한마디 한마디가 그대로 깊은 영성의 기도처럼 들렸습니다. 이런 김 목사를 두고 시인 고진하 목사는 “무쇠솥에 천천히 불을 지펴 푹 고아 낸 곰국 같다”고 했습니다. 이명행 소설가는 “물 속에 들어앉은 것처럼 영혼을 편안하게 감싸는 세례의 느낌’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목사와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눴지만 한정된 지면에다 세월호 참사에 집중하느라 그의 뜻 깊은 말들을 기사에 다 담지 못했습니다. 특히 유태인 교육법인 '티쿤 올람', 노자 '도덕경'에 나오는 '위학일익(爲學日益) 위도일손(爲道日損)'은 깊이 새겨들을 만합니다.
김 목사는 대단한 독서가이기도 합니다. 교회내에 도서관을 운영하고 틈만 나면 책을 읽습니다. 집무실은 문학, 철학, 종교, 역사 등 다양한 분야의 서적들로 꽉 채워져 있었습니다. 그 벽에 ‘위학일익(爲學日益) 위도일손(爲道日損)’이란 글귀가 적힌 액자가 걸려 있습니다. ‘공부는 날마다 더해가야 하고 마음은 날마다 비워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는 교만해지지 않기 위해 이 말을 늘 마음에 새긴다고 합니다.
김 목사에 앞서 31년 동안 청파교회 담임을 맡았던 고 박정오 목사는 그에게 훌륭한 스승이었습니다. ‘사상계’의 함석헌을 따랐던 박 목사는 교인들에게 늘 “좋은 게 좋은 것이 아니라 옳은 게 좋은 것”이라는 말을 했다고 합니다.
김 목사는 기독교인들이 샬롬(평화)의 세상을 만들어내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에게 평화는 ‘밥’으로부터 시작됩니다. 굶주리는 사람이 있는데 잘차려놓고 먹는 밥상은 잘 먹는게 아닙니다. 소박하게 먹는것, 굶주린 사람들과 나눠 먹는 것, 이게 평화의 시작이라는 겁니다.
전쟁없는 상태만 평화가 아닙니다. 사람들을 대할 때 말과 표정, 눈빛이 폭력적이지 않아야만 평화입니다. 남을 대하는 내 얼굴부터 평화롭게! 그것이 기독교인의 삶의 원리와 내용이 돼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는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바람직한 정치인의 조건으로 유태인의 교육법인 ‘티쿤 올람(tikun olam)’을 말했습니다. 티쿤 올람은 유태어로 ‘고장난 세상을 고친다’는 뜻입니다. 유태인들은 아이들에게 “네가 태어나기 전 세상보다 네가 살다간 세상이 아름답게 만들어야 한다”고 가르친답니다.
“당리당략, 권력욕, 가문의 영광이 아니라 우리가 사는 세상을 조금더 따뜻하고 안전하게 바꿔줄 사람, 생태적 감수성을 갖춘 사람, 생명의 소중함을 절절히 느끼는 사람을 뽑아야 합니다. 고통받는 사람들을 진심으로 덥석 껴안을 수 있는 사람을 당선시켜야 합니다."
우리는 "그런 점에서 몇몇 후보는 악몽"이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경향신문 2014년 5월16일자 기사>
“뼈저린 회개가 최대의 애도”
“꽃 같은 아이들의 서러운 주검이 실려나오는 모습을 볼 때마다 우리 가슴은 무너졌습니다. 주님, 차마 우리를 용서해달라고 기도할 수 없습니다. 이런 위험한 세상을 만들어 놓고도 반성할 줄 모르는 이들을 징계해 주십시오. 이웃의 고통에 둔감한 굳은 마음을 도려내주시고, 우는 이들과 함께 울고 웃는 이들과 함께 웃는 참 사람으로 거듭나게 해주십시오.”
최근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교회 가는 길’ 프로그램에서 낭독된 김기석 목사(57)의 기도문이다. 김 목사는 2010년부터 일요일 아침마다 ‘김기석 목사의 오늘의 기도’를 내보내고 있다. 이번에 그 기도문을 모아 <내 영혼의 작은 흔들림>(신앙과지성사)을 펴냈다.
지난 13일 서울 용산구 청파동 청파교회에서 만난 김 목사는 “아이들은 죽음의 공포에 떨면서 ‘하느님, 왜 나를 버리십니까’라고 울며 기도했을 것”이라며 “2014년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힌 골고다가 바로 저 차가운 바다의 세월호”라고 말했다.
▲ ‘평화세상 여는 녹색교회’ 표방 서울 청파교회서 27년간 시무
용서·화해로 그냥 넘겨선 안돼… 부정의 연대에 맞서 행동해야
청파교회는 지하철 남영역 건너편 주택가에 있다. 역사가 106년이나 됐다. 1980년 이후 한번도 고쳐 짓지 않은 아담하고 오래된 교회는 마치 도심 속의 수도원처럼 고요하고 경건한 분위기다. 김 목사는 구도자형 목회자, 실천적 영성가로 알려져 있다. 1997년부터 27년째 청파교회를 이끌고 있는 그는 “사는 모습이 평화롭고 아름다운 것이 참된 신앙”이라고 말한다.
김 목사는 환경 문제를 신앙의 본질로 삼았다. 그가 내건 청파교회의 목표는 ‘평화세상을 여는 녹색교회’다. 교회 건물 옥상에 햇빛발전소를 설치하고 거기서 나오는 수익금으로 에너지 빈곤층을 돕는다. 비행기로 여행을 다녀온 교인들은 자발적으로 탄소배출헌금을 낸다. 이 돈을 모아 사막화 방지를 위한 몽골 나무심기에 매년 2000만원씩 보내고 있다.“자본주의 문명은 세상을 착취하고 파헤치고 훼손하고 오염시키고 있죠. 세상에 하느님의 숨결이 닿지 않은 생명은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반환경적인 것은 반신앙적입니다. ”
김 목사는 문학평론가, 칼럼니스트이기도 하다. 시, 소설, 동서양 고전이 두루 동원되는 그의 설교와 기도는 진정성과 설득력, 인문학적 성찰과 문학적 표현에서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설교를 글로 옮기면 그대로 한 편의 아름다운 신앙에세이가 된다. 그래서 설교가 곧바로 기독교 매체 등에 공개되고 많은 네티즌들이 퍼나른다.
기도집 <내 영혼의…>도 문학적 감수성과 성찰적 언어가 빛난다. ‘우리 영혼이 하늘빛으로 물들게 해 주십시오.’ ‘가난하고 소외된 우리 이웃들이 이제는 기지개를 펴도 되는지요?’ ‘우리 눈에 드리웠던 우울과 낙담의 비늘이 벗겨지니 비로소 세상이 온통 주님의 은총으로 충만함을 알겠습니다.’ ‘우리도 누군가의 영혼을 시원케 하는 샘물이 되게 해주십시오.’
“교회에서조차 박수치고 찬송하느라 지쳐서 하느님을 대면할 시간이 없습니다. 고요히 삶을 돌아보고 마음을 가라앉히는 기도가 필요합니다. 지금은 우리 모두가 세월호의 자리에서 깊은 기도로 주님을 만나야 합니다. 뼈저리게 회개하고 새로운 삶의 각오를 다져야 합니다. 그것이 저 무고하게 죽어간 이들에 대해 우리가 표할 수 있는 최대의 애도입니다.”
김 목사는 카뮈의 소설 ‘페스트’에 세월호의 현실이 오롯이 반영돼 있다고 했다. 오랑시의 의사 리유는 병원 층계에서 죽어있는 쥐 한 마리를 목격한다. 사태가 심상치 않다고 느낀 리유는 시청 담당 공무원에게 전화를 하지만 지시를 받지 못했다는 대답을 듣는다. 오랑시 의사협회장 역시 자기가 할 일이 아니라고 외면한다. 그런 무책임과 무관심 속에서 페스트가 창궐한다. 그는 “페스트라고 정확하게 명명하는 것으로부터 페스트와의 싸움이 시작되었듯이 지금 우리 사회를 이 지경으로 몰아넣은 것이 물질주의라고 분명하게 명명하고 싸움을 시작해야 한다”며 “몇명의 영웅이 아니라 생명을 귀히 여기는 상식적인 사람들, 깨어 있는 시민들이 일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책임 회피에 급급한 무리들, 생명을 구하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다하지 않은 이들을 용서니 화해니 하는 말로 그냥 넘어가면 결코 안된다”며 “아이들을 죽음으로 몰아간 부정의 연대와 파렴치, 무책임, 무사유가 되살아나지 않도록 끈질기게 기억해내고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 진도 앞바다에 세워진 십자가는 우리에게 ‘어떻게 살 것이냐’고 묻고 있습니다. 그들의 희생을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디딤돌로 삼지 않는다면 우리 죄는 용서받을 길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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