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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인보

익스트림 마니아의 오르가슴, 내리가슴! 괴짜 한의사 김규만

by 김석종 2013. 6. 27.

 

스스로 “만행으로 얼룩진 인생”이라고 말하는, 못말리는 괴짜 한의사 김규만(56)이 언젠가 이런 말을 했다. “내가 도올(김용옥)이나 황구라(황석영) 선생처럼 남을 홀리는 말솜씨가 있었으면 ‘골반학’과 ‘소문침법’, ‘올리브 건강법’으로 세상사람들을 쫘악 줄세웠을 텐데….”



김규만은 개량한복을 입거나 수염을 기르는 식으로 고전적이고 유현한 품세를 보여주는 한의사는 아니다. 한의사로는 참 엉뚱하게도 극한(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긴다. 여러 차례 히말라야 원정을 다녀온 산악인이고, 티베트 고원과 황량한 사막을 MTB(산악자전거)로 횡단한 탐험가다.

 

그게 다가 아니다. 틈만 나면 울트라마라톤, 트라이애슬론에 도전한다. 빙벽·암벽 등반, 요트세일링, 행글라이딩, 윈드서핑, 급류 카약, 산악스키도 취미를 넘어 거의 ‘미쳐 있는’ 수준이다. 특히 MTB계에서 ‘사부’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10년 전쯤 ‘괴짜 한의사의 진짜 MTB이야기’라는 부제를 달아 펴낸 <올댓 MTB>라는 책은 MTB의 교과서로 통한다. 하여간에 짜릿한 자극과 한계를 극복하는 모험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김규만이다.



김규만은 몽상가 기질을 타고 나서 어릴 적부터 현실에는 늘 불만투성이고 냉소적이었단다. 외사촌형이 저 광주민주화운동의 주모자로 수배돼 화물선을 타고 미국으로 망명했던 고 윤한봉 선생이니 시대에 대한 울분까지 더해져 일찌감치 폭음에 빠져 지냈다고 한다.

 

군 제대 후 뒤늦게 동국대 한의대에 진학했다. 요트반에 들고, 산악회에 가입하면서 그의 생활은 백팔십도로 확 달라졌다. 어느날 친구가 빌려준 MTB는 청춘에 날개를 달아줬다. “오르막에서 페달을 밟을 때 느껴지는 심장이 터질 것 같은 ‘오르가슴’, 내리막에서 바람을 가르며 질주할 때 느끼는 짜릿한 ‘내리가슴’ 때문에 지리멸렬한 인생에서 완전히 벗어났지.”



김규만은 1991년 ‘절친’인 고 박영석이 이끄는 동국대산악회 에베레스트원정대에 의료팀으로 참여하면서 히말라야에 첫 도전했다. 그때 자신의 폐활량이 남다르고 고소적응 능력이 뛰어나다는 걸 알았다. 그 자신감으로 히말라야 산맥의 ‘오래된 미래’의 땅 인도 라다크를 MTB로 횡단했다.

 

내친김에 해발 4000m가 넘는 ‘세계의 지붕’ 티베트 고원 1800㎞를 종주했고, 중앙아시아 타클라마칸 사막을 종단했다. 힌두쿠시, 쿤룬, 카라코룸, 히말라야 산맥 등 4개 거대 산맥을 지나는 파키스탄 카라코룸 하이웨이를 횡단했다.

“고소증세와 체력, 정신력의 고갈로 온몸이 그야말로 기진맥진, 만신창이가 될 때마다 ‘이런 미친 짓을 다시 하나 봐라’ 하고 이를 갈면서도 한국에 돌아오는 순간, 그 황량하고 거친 자연이 왜 그렇게 사무치게 그리워지는지….” 



 



노마드(유목민)적 탐험가, 몽상가 기질로 충만한 김규만의 한의학 또한 매우 도전적이고 독창적이다. 

동국대 대학원에서 우리에게는 낯선 티베트 의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오래된 미래 의학’인 한의학을 현대화해서 새로운 한류로 세계에 보급하는 꿈을 품고 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화타나 허준 같은 ‘신의(神醫)’를 목표로 끊임없이 스승을 찾아다니고 의서를 공부했다고 한다. 그건 한의학 드라마 같은 데서 자주 보게 되는 고행과 수련의 과정이기도 했다. 한동안은 조선 중기 사암도인(舍岩道人)이 만들었다는 사암침법을 맹렬하게 수련했다. 


조선 말기의 대학자로 <소문대요(素問大要)>를 펴낸 석곡 이규준의 제자 무위당 이원세를 스승으로 모시고 ‘소문학회’에서 활동했다. 김규만은 사암침법을 소문대요의 이론에 맞게 진화시킨 ‘소문침법’을 창안했다(김규만은 소문침법이 단순하면서 효과가 직방인 침술이라고 주장한다). 



소위 카이로프라틱, 추나 분야의 재야 고수들도 빠짐없이 찾아다녔다. 뼈와 관절과 근육에 대한 해부학을 기본으로 그들에게 배운 기술과 이론을 더하고 빼면서 자신의 ‘골반교정 치료법’을 완성했단다. 그 핵심은 우리 몸의 중심인 골반이 틀어져서 만병이 생긴다는 거다.

 

그가 골반을 바로잡는 방법은 좀 과격하고 폭력적이다. 요통, 관절통 같은 통증 환자를 눕혀놓고 엉덩이를 발로 차고 주먹으로 두들겨패는 식이다(그의 한의원은 발로 팍! 팍! 차는 소리와 “윽! 억! 아야!” 하는 비명소리가 낭자했다).

 

그렇게 해서 골반이 똑바로 자리 잡으면 척추가 바로 서고, 상체 하체의 균형이 잡혀 통증이 사라진다고 했다. 김규만은 소문침법, 골반학을 포함한 자신의 모든 한의학적 경험과 건강법을 통칭해 ‘올리브(Allive) 건강법’이라고 부른다. 올리브(all+live)는 ‘모두가 살고, 모두를 살린다’는 뜻으로 그가 작명했다. 걷기, 달리기, 눕기, 호흡법 등 언제 어디서든 생활 속에서 쉽게 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실천 가능한 방법들을 담았다. 

그는 1993년 뜻을 같이하는 젊은 한의사 여섯명을 모아 대한한방해외의료봉사단(콤스타·KOMSTA)을 결성해 초대 단장을 맡았다. 올해로 20년이 된 봉사단은 그동안 30여개국의 지구촌 오지를 찾아가 100회가 넘는 봉사활동을 펼쳤다.

 

이런 원정 또한 사람의 몸과 자연현상의 상관관계를 관찰해 한의학적 원리를 탐구하는 수련과정으로 여긴다. 그런 경험이 그를 스포츠 한의학 전문가로 만들었다. 고 박영석과 고미영을 포함해 엄홍길, 오은선, 이형모 등 산악인과 전 MTB 국가대표 권영학 등이 그의 치료를 받았다. 



그는 문예지 ‘한국문인’을 통해 정식으로 등단한 시인이면서 한학과 폭넓은 독서를 통해 인문학의 기본기를 탄탄히 다진 글쟁이이기도 하다. 그만큼 다방면에 해박하다. 2010년에는 티베트 고원 횡단 MTB 체험기를 묶어 <지나간 길은 모두 그리워진다!>라는 제목의 책을 냈다.

 

그는 올리브 건강법과 인문학적 MTB 탐험 에세이 등 책 두 권의 원고를 완성해두고 출판을 준비하고 있다. ‘no car but bike(차 대신 자전거)’를 외치는 그는 모든 나들이길에 항상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 운전은 아예 하질 않는다. “좀 늦게 가더라도 내 폐와 심장과 근육으로 움직이는 게 좋다.”

 

 김규만의 좌우명은 ‘지고이지고이지고이(至高以至孤而至苦已)’라고 한다. 지독한 외로움과 지독한 괴로움이 있어야 지극히 높아질 수 있다는 뜻이란다. 

 “고통의 순간이 지나면 기쁨이 몇배로 차오르는 법이다. 소금이나 소스는 짜고 독하지만 그것 없이는 음식을 먹을 수 없듯이 고통은 우리 인생의 소금이나 소스 같은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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