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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여적/ 미켈란젤로 편지

by 김석종 2015. 3. 30.

여적/ 미켈란젤로 편지

 댄 브라운의 소설 <다빈치 코드>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 ‘최후의 만찬’에서 예수 옆자리에 앉은 이가 사도 요한이 아니라 ‘예수와 결혼한’ 마리아 막달레나였다는 것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바티칸 성 베드로 성당의 ‘피에타’상과 ‘다비드’상, 시스티나 성당의 ‘천지창조’와 ‘최후의 심판’ 등 수많은 걸작을 남긴 미켈란젤로 역시 그림 속에 비밀을 숨겨놓은 작가로 유명하다.
 그는 ‘최후의 심판’에 교회가 요구한 12사도 대신 벌거벗은 성인(聖人)들, 날개 없는 못생긴 천사, 수염도 없는 애송이 예수 등을 그렸다. 심지어 예수 발 아래 노인은 미켈란젤로 자신이라고 한다. 군중들이 펼쳐든 예언서가 백지인 것도 ‘성서의 말씀을 잊은’ 교회를 조롱했다는 것이다. 당시 교황이 그림을 고치라고 지시했지만 코웃음을 쳤다. “교황이 먼저 세상을 바로잡으면 그림은 저절로 바뀔 것이다.” 그는 제자들이 다비드상을 보고 감탄하자 이렇게 말했다. “그 형상은 이미 화강암 안에 들어있었다. 나는 단지 필요 없는 부분들을 깎아내 다비드를 꺼냈을 뿐이다.”
 ‘식음을 잊는 것이 그대의 이름을 잊는 것보다 훨씬 쉽습니다. 초라하게도 음식은 단지 우리의 육신을 지탱할 뿐이지만 그대의 이름은 나의 육신과 정신 모두를 부양한답니다.’ ‘내가 살아 있는 한, 어디를 가든 나는 늘 당신과의 의리를 저버리지 않을 것이고, 오로지 당신만을 사랑할 겁니다.’ 여성에게 쓴 연서가 아니다. 미켈란젤로가 토마소 카발리에리라는 귀족 청년에게 보낸 편지다. 50대의 그는 20대의 이 미남 청년에게 300편이 넘는 편지와 연시를 보냈다. 그는 조각과 그림에서도 남성들을 상당히 관능적으로 표현했다. 미켈란젤로가 동성애자라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최근 교황청이 미켈란젤로 친필 문서 2점을 갖고 있다는 사람으로부터 문서를 돌려주는 대가로 금품을 요구받고 거절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교황청은 이 문서가 1997년 바티칸 문서보관실에서 도난당한 사실을 알고도 비밀에 붙였다고 한다. 이번에도 도난 사건을 공개하지 않은 이유와 문서 내용 등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이게 동성애 편지일까, 교회의 비밀을 폭로하는 글일까. 이 편지를 소재로 제2의 다빈치 코드가 나올지도 모르겠다. 김석종 논설위원 2015.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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