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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월드컵 예언

by 김석종 2014. 6. 17.

2002년 인터넷에 한 누리꾼이 웃자고 올린 ‘새해 황당 예언’이 떠돌았다. 오사마 빈 라덴의 미국 야구팀 인수, 북한 김정일 김희선에게 공개 프러포즈 등 10가지를 ‘예언’했다. 그런데 그중에 두 가지가 적중했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 그리고 한국 월드컵 4강 진출.

이번 브라질월드컵에서 ‘이영표 예언’이 화제다. 이영표가 승패뿐 아니라 점수까지 정확히 맞히는 신기를 발휘하면서 ‘문어 영표’ '작두 영표'라는 별명을 얻었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때 점쟁이 문어 ‘파울’이 빙의했다는 말을 듣는다. 이영표가 백발백중의 적중률을 보인 것은 아니다. 승리를 점쳤던 에콰도르는 스위스에 패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파울도 적중률이 256분의 1에 불과했지만 신통력은 인정받았다.

중국에서는 펠레의 뒤를 잇는 ‘류위시의 저주’가 인터넷을 달구고 있다고 한다. CCTV의 미녀 아나운서인 류위시가 특정 팀 유니폼을 입기만 하면 패배하기 때문이다. 월드컵 때마다 예상이 번번이 빗나가 ‘저주의 원조’가 된 펠레는 이번 월드컵에서 독일과 스페인을 우승후보로 지목했다.


축구 해설위원 이영표(출처: 연합뉴스)


월드컵 승부 예상이라면 누구보다도 도박사들이 정확도가 높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독일 순으로 우승국을 꼽고 있다. 도박사들은 거액이 오가는 만큼 각종 데이터를 철저히 분석해 베팅을 한다. 이영표 역시 자신의 승부 예상이 “팀의 상황이나 선수들의 구성과 장단점을 분석한 예측이지 예언은 아니다”라고 했다.

예언과 예측의 차이가 뭘까. 중동 문제, 이라크 사태, 북핵문제 등 굵직한 사건들을 정확히 예측한 미국의 정치학자 메스키타는 통찰이나 직관에 기반을 둔 것을 ‘예언(prophecy)’, 정보와 자료에 근거한 것을 ‘예측(prediction)’이라고 했다.

그는 <프리딕셔니어(미래 예측자)>라는 책에서 “동물적 직관, 개인적 의견, 단편적인 추론과 편견, 사상에 의해 조급하게 결론 내리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 대신 논리와 증거에 입각해 문제를 풀어나가는 방법을 터득해야 한다”고 말한다. 영적 능력이 있는 예언자보다는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미래 예측자가 필요한 시대다.



김석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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