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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여적]달라이 라마 방한 운동

by 김석종 2014. 7. 2.

청전 스님은 달라이 라마의 한국인 제자다. 티베트 망명정부가 있는 인도 다람살라에 26년째 머물고 있다. 청전 스님은 “고통스러운 망명의 무게를 짊어지고도 미소를 잃지 않는 온유함과 관용, 그리고 소탈한 인간미에서 그분의 위대함을 느낀다”고 말한다.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는 6세 때인 1940년 ‘환생’ 확인을 거쳐 제14대 달라이 라마가 됐다. 중국 정부의 탄압이 거세지자 1959년 추종자들을 이끌고 인도로 피신했다. 달라이 라마는 이렇게 말했다. “티베트의 땅은 지배해도 티베트의 마음은 지배할 수 없다.”

그는 반세기 넘게 고향땅을 밟지 못했다. 대신 전 세계를 다니면서 불교의 자비와 평화사상을 전파했다. 현대문명에 지친 서구인들은 달라이 라마의 가르침에 매료됐다. 1989년에는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중국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그는 미국과 유럽, 동남아 등 세계의 거의 모든 나라들을 방문했다. 특히 이웃나라 일본에는 30여차례나 다녀갔다.


이제 한국이 달라이 라마가 방문하지 못한 거의 유일한 국가로 남았다는 것은 부끄럽다. 2000년부터 방한이 추진됐지만 성사 단계에서 번번이 무산됐다. 문제는 또 정부다. 한국 정부가 티베트를 지배하고 있는 중국과의 외교관계를 의식해 입국사증(비자)을 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티베트 망명정부의 새 총리인 롭상 상가이가 취임식엣 달라이 라마와 함께 서 있다. (출처: AP연합뉴스)


한국에는 달라이 라마의 방한을 고대하는 이들이 아주 많다. 달라이 라마도 한국과 한국불교에 특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고 한다. 해마다 다람살라에서 여는 ‘한국인을 위한 법회’에는 수백명이 참석한다. 그는 “한국은 신라시대 무상 스님이 티베트에 첫 불교를 전해준 형님 불교의 나라다” “팔만대장경을 참배하고 싶다”는 말을 빼놓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의 일본 방문 때는 많은 한국인들이 찾아가 법회에 참석하곤 한다.


이번에 금강 스님, 마가 스님 등 불교계가 중심이 된 달라이 라마 방한 운동이 다시 시작됐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문에 맞춰 방한추진준비위원회가 꾸려졌다. 5일 조계사에서 발대식을 열고 달라이 라마 방한을 위한 본격 활동에 들어간다. 불교계에서는 정부가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지나치게 ‘저자세’를 보이는 것을 두고 국격과 자존심의 문제라고 꼬집는다.

오는 8월에는 대통령 초청으로 가톨릭의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을 찾는다. 그런데 세계적인 불교 지도자 달라이 라마의 방한을 막는 것은 종교적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는 말은 일리가 있어 보인다. 달라이 라마 자신이 중국-티베트 간 정치적 문제를 배제하고 순수 민간차원에서 종교와 문화활동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한국 정부의 부담을 줄여주려는 배려다.

 

달라이 라마의 방한이 이루어진다면 프란치스코 교황 못지 않게 한국 사회에 생명존중과 평화에 대한 중요한 화두를 던질 것이다. 한국의 주권과 G2로 발전한 중국의 외교적 위상에 비춰보더라도 달라이 라마의 방한 불허는 명분이 없다.   


김석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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