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스크린 독과점 폐해 정말 끝장내야 한다
대기업 CJ E&M이 투자·배급한 <국제시장>이 누적관객수 1천만을 넘으며 축포를 쏘아 올릴 때 영화계 한쪽에서는 중소배급사 대표가 스크린 독과점을 비판하며 사퇴하는 일이 벌어졌다.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을 배급한 리틀빅픽쳐스 엄용훈 대표가 그제 배급사 대표직과 함께 한국영화제작가협회 부회장, 서울영상진흥위원회 부위원장 등 영화계의 모든 직책도 내려놓기로 했다고 한다. 표면상 이유는 흥행 실패지만 그 이면에는 영화 대기업의 뿌리깊은 불공정 행위가 자리하고 있다.
<개를~>은 관객이 찾지 않아서 실패한 영화가 아니다. 그동안 영화를 본 관객들의 호평 속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한 상영관 확대 요청이 잇따랐다. 배우들은 출연료를 자진해서 40% 삭감했고, 개그맨·가수·배우들이 자발적으로 극장을 대관해 상영회를 열기도 했다. 현재 다음 아고라에서는 상영관을 늘려달라는 서명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당초 205개였던 스크린이 계속 줄어 현재는 20여곳에 불과하다. 출연 배우 김혜자는 최근 “좋은 영화인데 상영관이 없어서 관객이 영화를 못 본다는 것은 부당하다”며 대기업의 수직계열화 문제를 에둘러 비판한 바 있다.
리틀빅픽쳐스는 대기업 중심의 불합리한 제작 환경을 개선하고 공정한 영화 유통 환경을 조성하고자 명필름, 삼거리픽쳐스, 영화사청어람 등 유수의 영화 제작사들이 공동 투자해 만든 배급사다. 하지만 “(대기업 극장들이) 네가 아무리 외친다고 한들 너에게는 절대 극장을 주지 않을 거야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는 엄대표의 호소는 고질화된 영화 대기업 ‘슈퍼 갑질’의 실상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특히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영화 대기업들에 과징금을 부과하면서 ‘철퇴’ ‘엄중조치’ 운운했던 호들갑이 무색해진 상황이다. 오히려 이런 솜방망이 처벌과 미봉책으로는 단단한 영화산업 독과점의 철벽을 깰 수 없다는 걸 새삼 확인하게 됐다. 게다가 최근 CJ CGV와 메가박스는 강정마을 소재 영화 <미라클여행기>의 대관 요청을 거절했다. 사회적 이슈를 다룬 영화는 무조건 외면하는 것이다.
그동안 개선 요구는 할 만큼 했다. 이제는 미국과 유럽의 경우처럼 대기업 수직계열화의 해체, 즉 상영과 배급의 분리에 관한 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 그것만이 영화의 다양성, 관객의 선택권 측면에서도 한국영화 산업을 튼튼하게 하는 확실한 지름길이다.2015.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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