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재즈 1세대
[여적]한국 재즈 1세대
미국이 만들어낸 두 가지 예술이 뮤지컬과 재즈라고 한다. 1920년대 활동한 루이 암스트롱, 듀크 엘링톤, 빙 크로스비 등은 우리에게도 익숙하다. 그 흑인 음악 재즈가 한국 연주자들에 의해 대중적인 음악이 된 지도 오래 됐다. 1960년대 미8군 쇼 무대를 통해 재즈를 접한 뮤지션들을 한국 재즈 1세대라고 부른다.
“요즘 음악 하는 젊은 애들은 중요한 게 없어. 인생이 없지. 음악이라는 게 뭐야? 그게 인생이지. 그게 또 예술이고.” 1세대 재즈 연주자들의 음악과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브라보 재즈 라이프>에서 라틴 타악기 연주자 류복성은 이렇게 말한다. 영화는 은퇴 후 고향에서 농사를 짓는 트럼펫 연주자 강태환, 클라리넷 인생 60년의 이동기, 한국 최초의 재즈 드러머 조상국, 색소포니스트 김수열, 트럼펫 최선배, 재즈 보컬리스트 박성연과 김준 등 평생 재즈와 함께 살아온 재즈 뮤지션들의 음악 인생을 소개한다.
홍대 근처에 피아니스트 신관웅이 운영하는 재즈클럽 ‘문글로우’가 있었다. 이곳에서 매주 신관웅, 류복성, 이동기, 최선배, 김수열, 임헌수, 김준 등 재즈 레전드들이 라이브 공연을 했다. 이미 70~80대 황혼기를 맞은 노장들이지만 연주 실력과 열정은 젊은이들 못지 않았다. 류복성은 얼룩무늬 군복 바지에 검은 티셔츠 차림으로 타악기를 두드렸다. 별명이 피노키오인 이동기는 영화 <피노키오>의 주제가인 ‘웬 유 위시 어폰 어 스타’를 멋지게 연주했다. 이들의 음악을 듣다보면 재즈가 인생과 자유의 음악이라는 것이 실감났다. 문글로우는 지난해 문을 닫았다.
엊그제 뛰어난 재즈 1세대 섹소폰 연주자 정성조가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그는 ‘한국의 빌리 홀리데이’로 불리는 박성연과 함께 재즈 클럽 ‘야누스’의 주요 멤버였다. KBS 관현악단장으로 멋진 섹소폰 연주를 들려주기도 했다. 해외 유학파(미국 버클리)로 수많은 제자들을 길러냈다. ‘옛사랑이란 노래가 있지/이제 그리운 것은 그리운 대로 내 맘에 둘 거야/때론 그렇게, 시보다 시적인 노래가 있지.’ 유하의 시 ‘재즈’의 한 귀절이다. 이 가을, ‘정성조 빅밴드 인 뉴욕’에 담긴 정성조의 섹소폰 연주에 푹 빠져야겠다. 2014.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