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오디세이

'일그러진 황금알' 카지노 이야기

김석종 2014. 3. 21. 08:30

 

 

 

 

 국내 카지노 시장이 사상 처음 외국 자본에 개방됐다. 2018년에는 중국·미국계 합작사 리포&시저스 컨소시엄(LOCZ코리아)이 인천 영종도 미단시티에 국내 최대 규모의 외국인전용 카지노를 개장하게 된다고 한다.


 내가 특별취재팀장을 맡아 후배들과 함께 ‘일그러진 ‘황금알’ 카지노산업‘이란 제목의 카지노 관련 시리즈 기사를 쓴 게 2002년이다. 당시 국내 카지노 시장은 워커힐 카지노 등을 운영하는 (주)파라다이스의 독무대였다. 여기에 2000년부터 국내 유일하게 내국인을 출입시키는 강원랜드가 문을 열고 있었다. 

 

 카지노는 사회적으로 논란의 여지가 큰 사행산업이다. 또한 카지노 사업에는 권력의 특혜시비가 따랐다. 드라마 ‘모래시계’(1995년)의 인기에는 카지노를 둘러싼 권력의 흑막도 큰 몫을 했다.

 

 시리즈 기사가 나간 이후인 2005년에는 공기업인 한국관광공사의 자회사 그랜드코리아레저(GKL)에 3개의 카지노가 허용됐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16곳의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있다. 서울 3곳, 인천 1곳, 부산 2곳, 경주 1곳, 설악산 1곳, 그리고 제주에 집중적으로 8곳이 모여 있다. 홍콩과 마카오를 제외하면 중국이나 일본에도 아직 카지노는 없다.


  요즘 쏟아지는 카지노 관련 기사를 보면서 당시의 카지노 기사를 찾아봤다. 12년 전인 그때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 게 없는 것 같다. 국내외 카지노 산업의 역사와 내막, 카지노 정책의 흐름을 짚어보는 뜻에서 당시의 카지노 시리즈는 한번 읽어볼만하다.

 

 

 

 

 

<일그러진‘황금알’카지노산업>  
관광객 달러 묶어놓고 내국인 주머니만 턴다


[경향신문]|2002-05-02|01면 |45판 |종합 |기획,연재 |2098자
한해 5백만명의 외국인이 찾아오는 서울에 외국인 전용 카지노는 하나뿐이다. 월드컵 등 대규모 행사에 맞춰 서울을 찾는 외국인들의 카지노 수요를 수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 국제경쟁력을 상실, 달러 획득의 기회를 날리고 있는 한국 카지노 산업의 문제점을 들여다본다. 외화수입 증대를 목적으로 출발한 국내 카지노 산업이 정부의 전략 부재와 우유부단한 정책으로 내국인들의 주머니만 털어내는 ‘반쪽 관광산업’으로 전락하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내국인 전용 카지노인 강원랜드에는 지난해 90만명이 입장해 4천6백억원(2000년 9백9억원)의 매출을 올려 외국인 전용 카지노 13곳의 총매출액(3천8백억원)을 큰 차이로 따돌렸다. 강원랜드에서 카지노에 쓴 돈만 4천5백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에 비해 국내 외국인 전용 카지노는 원화가치 하락 등에 힘입어 매출액이 2000년 3천4백억원, 2001년 3천8백억원으로 조금씩 증가하고 있을 뿐이다. 이용자 수는 1999년 69만4천명, 2000년 63만6천명, 2001년 62만6천명으로 감소세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카지노산업이 강원랜드 개장 1년여만에 외화수요 창출이라는 당초 허가취지와는 달리 내수중심의 산업구조로 뒤바뀌는 기형적인 결과를 나타낸 것이다.
한양대 손대현 교수(엔터테인먼트학)는 “정부가 낙후지역 개발 재원을 마련한다는 명목으로 이권사업에만 치중한 나머지 정작 관광수지 흑자에 도움이 되는 외국인 카지노를 육성하지 못함으로써 이같은 결과를 자초했다”고 지적했다.
강원랜드측은 “지난해에는 입장객과 매출액이 개장 첫해인 2000년(입장객 20만9천명, 매출액 9백9억원)보다 각각 4배 이상 늘었다”며 “올해 말까지 남한 인구의 절반을 넘는 2천5백만명이 입장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외국인 전용 13개 카지노는 96년 2천1백억원, 98년 2천8백억원, 99년 3천억원대 등 매출이 조금씩 늘고 있다.
그러나 이용객 수는 환율이 큰 폭으로 내린 98년을 제외하고는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전체 외국인 관광객 중 카지노 방문객의 비율도 91년 18.6%에서 2000년 12.0%로 감소했다.
지난해 내국인들은 강원랜드에서 1인당 평균 51만4천원을 쓴 데 비해 일반 국민들보다 씀씀이가 큰 외국인 관광객들은 외국인 카지노에서 평균 61만원을 사용하는 데 그쳤다.
‘큰손’을 끌어들이지 못하는 국내 카지노 산업의 취약성을 드러낸 것이다. 카지노 산업은 ‘인간은 도박하는 동물’이라는 영국 수필가 찰스 램의 말처럼 근본적으로 인간의 한탕주의 심리를 노린 사행산업이다. 따라서 내국인 장사에 치중할 경우 근로의욕을 감퇴시키고 문화를 황폐화시키는 부작용을 안겨다준다.
외국인 카지노 수요와 공급의 지역적인 불균형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01년 한국에 찾아온 외국인 관광객 5백14만명중 84%가 서울을 경유하고 있다. 이처럼 외국인이 넘치는 서울이나 부산에는 1개 업체가 독점 운영중인데 비해 관광객이 고작 연 30만명 수준인 제주에는 8개 업체나 몰려있다. 서울의 업체는 외국인 카지노 총매출액의 70%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제주는 손님이 적어 판촉과열로 경영난을 호소하는 업체가 늘고 있다. 카지노 업장의 가동률(테이블과 슬롯머신의 좌석점유율)도 서울 19.93%, 부산 10.2%인데 비해 다른 지역은 1~3%으로 매우 저조한 실정이다.
현재 국내에서 운영중인 카지노가 외국인들에게 매력이 적은 것은 카지노 수와 규모가 작고 임대형식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카지노가 호텔의 한 시설일 뿐 테마파크 등 복합엔터테인먼트의 일부로 설계되지 않아 국제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게 관광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취재진이 주말에 찾은 서울 워커힐호텔 파라다이스 카지노는 손님들이 순서를 기다리며 줄을 서 있었지만 제주 롯데카지노의 경우 손님이 10여명에 불과해 수십명이나 되는 딜러들이 손을 놓고 있었다. 경영의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았을 뿐더러 현재 흑자를 내는 서울과 부산 등의 카지노를 제외하면 자발적인 손님이 거의 없어 후진적인 마케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제주 롯데호텔 카지노 관계자는 “찾아오는 손님이 거의 없어 1인당 2백만~3백만원의 판촉비를 들여 일본과 중국에서 손님을 모셔오는 ‘억지판촉’을 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특별취재팀

 

 

 

 

 

 

<일그러진‘황금알’카지노 산업>(1)

사행산업 내국인 잔치 ‘제살 깎아먹기’


[경향신문]|2002-05-02|08면 |45판 |특집 |기획,연재 |5022자
■사업화 열풍...안팎 뒤바뀐 현주소
1998년 42억달러 흑자였던 관광수지가 2000년 2천만달러 흑자, 지난해에는 오히려 6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카지노 등 밤문화와 놀이문화가 부족하다고 불만을 터뜨린다. 반면 내국인 출입 카지노, 경마, 경륜, 경정, 복권 등 국민을 상대로 한 사행산업은 ‘전국토의 도박장화’라는 비난 속에서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소싸움축제로 유명한 경북 청도군은 소싸움을 상설화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군내 용암온천지구에 1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지름 45m짜리 원형 투우장의 준공식을 앞두고 있다. 이곳에서 주말마다 소싸움 경기를 열 계획. 경마나 경륜처럼 우승 소를 알아맞혀 배당금을 받는 ‘우권’ 발매도 준비하고 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은 인천 중구 인현동 엔조이쇼핑몰 실내에 경륜 장외사업소 설치를 추진하면서 인천지역 시민단체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전국 곳곳에 일확 천금을 노리는 ‘대박 신드롬’이 거세다. 사행산업이 급팽창하면서 경마를 비롯, 카지노.경륜 등 대박이 터진다는 곳마다 사람들이 들끓고 있다.
한국마사회가 운영하는 경마 장외사업소만도 26군데. 요즘은 유선방송 채널의 경마 실황중계를 보면서 방 안에서 전화로 마권을 구입할 수도 있다. 경륜도 12곳의 장외사업소를 운영한다. 고액 당첨금을 내건 복권들 역시 허황된 일확천금의 욕망을 부채질하고 있다. 최근에는 당첨금이 1백억원에 달하는 거액 복권까지 등장했다. 오는 9월에는 사행성을 더욱 높인 로또 복권이 도입되며, 연말에는 강원랜드 메인 카지노가 문을 연다.
경기 하남시 미사리 조정 경기장에서는 지난달 16일부터 매주 화.수요일 모터보트 경주인 경정 시범경주가 벌어지고 있다. 오는 6월16일부터 정식 경기에 들어갈 계획. 경정의 게임방법은 경마, 경륜과 크게 다르지 않다. 구입한 경주권에 우승 예상 선수를 적어내고 적중시킬 경우 배당금을 지급받는 방식이다. 경주마다 6명의 선수가 출전해 모터보트로 순위를 다투게 된다.
‘도박공화국’이라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지자체들은 관광객 유치와 지역 경제 활성화를 명분으로 내세워 경쟁적으로 사행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특히 강원랜드의 성공을 지켜본 지자체들은 저마다 카지노 산업 유치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지금까지 카지노 유치 계획을 발표한 지자체는 제주도를 비롯해 인천, 전남 구례와 화순 등 10여곳에 달한다.
충남도는 최근 안면도에 국제 무기상으로 유명한 사우디 부호 카쇼기의 투자자금 10억달러를 끌어들여 카지노를 건립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경기도는 하남시 경정장 유치에 성공한데 이어 광명시에 경륜장을 허가받았다. 울산시는 한국마사회에 마권 장외 발매소 유치를 신청해놓고 있다.
부산시는 아시안게임 승마장을 오는 2005년부터 경마장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또 사이클 경기장을 경륜장으로 활용하고 민자유치방식으로 경정장을 설치하는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경견(개 경주), 오토레이스(오토바이)에 관심을 보이는 지자체도 있다. 강원도 태백시는 경견과 오토레이스 사업의 타당성을 검토중이다. 충북 제천시 역시 경견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경견사업이 법제화되는 대로 경견장을 짓기 위해 부지를 확보해두고 있다. 이쯤 되면 속도를 내거나 싸울 수 있는 것은 모두 도박에 동원될 것이라는 말이 우스갯소리로만 들리지 않는다. 전국을 도박장으로 만들려 한다는 시민단체의 지적도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지난해 강원랜드를 찾은 외국인은 하루 평균 8명에 불과하다. 경마, 경륜장에서도 외국인들은 찾아보기 어렵다. 내국인만의 도박잔치를 벌이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주로 복권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현재 정부 각 부처는 14가지 복권을 발행하고 있다. 로토식 복권은 건교부 과기부 문광부 등 9개 부처가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다. 체육 복표는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발행한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지자체들이 국민들의 ‘대박’ 꿈을 부추겨 ‘쪽박’을 차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한다. 순천향대학교 관광학과 임주환 교수(한국관광개발학회장)는 “국민을 도박에 끌어들이기보다 서울의 외국인 전용 카지노 확대 등 사행산업을 외국인 관광객 대상의 외화획득 전략사업으로 육성하는 정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특별취재팀/김석종.김정섭.김종목기자

 

 

■정선 카지노는 지금...대박좇다 쪽박...자살까지
지난달 26일 밤 11시. 강원 정선군 고한읍 함백산 자락에 환한 불빛을 드리운 강원랜드 카지노는 또 만원사례를 기록했다. 1층 내국인 전용 카지노에는 사람들로 발디딜 틈 없었다.
이곳 직원은 “약 2,500여명 정도 입장했다”고 말했다. 1,500여평의 공간. 1인당 채 1평도 안 되는 공간에서 사람들은 ‘게임’에 몰두했다.
블랙잭, 룰렛 테이블에서 딜러의 손놀림을 주시하는 사람들의 눈은 충혈돼 있었다. 이들에게서 강원랜드가 표방한 ‘삶의 여가’는 찾기 힘들었다. 40대 초반의 한 여성은 슬롯머신 앞에서 은행통장을 펼쳐 놓고 담배를 연신 피워대며 “되는 대로 다 보내봐. 아 글쎄, 빨리 보내기나 해”라며 수화기 건너편 상대방에게 입금을 독촉했다.
카지노 안 화장실에서는 20대 초반 남성이 코피를 쏟고 있었다. ‘머리를 감지 마시오’라는 경고문구가 붙은 세면대 앞에서 이모씨(21.서울)는 “4백만원을 잃었는데 꼭 본전을 뽑고 갈 것”이라며 콧구멍에 휴지를 틀어막고 문을 나섰다. 수백만원 정도는 이곳에서 잃은 돈 축에도 못 낀다고 한다.
‘잭폿’의 짜릿한 성공담보다는 ‘쪽박’과 ‘패가망신’이라는 음울한 이야기로 뒤덮인 이곳에 올해도 자살 사건이 벌어졌다. 지난 3월 말 공군대위 고모씨(33)가 부근 골프장 건설현장의 지게차에 목매달아 숨졌다. 고씨의 소지품에서 1천3백10만원 상당의 전당포 매출전표가 나왔다. 경찰관계자는 “딸아이 병원비 때문에 카지노를 찾았다가 다 털린 것 같다”고 전했다.
(주)강원랜드가 밝힌 지난해 입장객은 89만9천5백90명. 하루 평균 2,500여명이 찾아와 1인당 51만원을 썼다. 총매출액은 4천6백20억원. 이 덕분에 강원랜드의 수익증대와 도내 지자체의 세수 증대는 가져왔지만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취지는 장밋빛 약속으로 그치고 있다.
특히 ‘카지노의 고장’ 고한읍 주민 대부분은 ‘아무런 혜택이 없다’고 잘라 말한다. 최종대씨(66.식당 운영)는 “지난해말 삼탄(삼척탄좌) 폐광 이후 손님이 반으로 준 데다 그나마 오는 카지노 손님들은 돈 다 털리고 빈깡통으로 와 밥값 떼먹고 도망가기 일쑤”라고 말했다. 고용 증대에 대해서도 주민들은 “강원도 전역에서 한 300여명 가량 뽑았지만 3분의 2 이상이 용역 업체 소속”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그나마 장사가 되는 것은 전당포, 숙박업소, 몇몇 대형 음식점. 101개 업소 중 전당포는 28개. 하지만 대부분 외지인이 운영한다.
읍내 약국의 한 약사는 “돈 잃은 사람들은 십중 팔구 신경안정제를 찾는다”며 “한맺힌 사람들, 도둑질하는 사람들 때문에 분위기가 삭막해졌다”고 말했다. 3월 중순에는 6천만원을 잃은 한 영어강사가 전당포에서 강도질을 하다 붙잡혔다.
이날 오전 고한읍 주민 20여명은 읍사무소에서 “카지노가 생긴 뒤 도둑놈만 들끓고 아무런 혜택이 없다”며 한풀이성 시위를 벌였다. 그러나 고한역 앞 읍내 중심가에는 하루 온종일 인적이 드물었다. ‘도박은 당신과 가정을 파괴합니다’가 적힌 플래카드가 을씨년스럽게 펄럭거렸다.

 

■외면할수 없는 사행산업 - 국민 절반 한번이상 ‘베팅’
국내 사행산업의 규모는 올해 11조원을 휠씬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사행산업의 시장규모는 9조2천2백38억원으로 2000년보다 45.5% 늘었다. 사행산업이 관광.레저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41.5%, 지난해 59.2%로 집계돼 급증세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주5일 근무제가 실시될 경우 그 규모가 전체 관광.레저산업(19조2천억원)의 58%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다.
올해 부문별 연매출액은 경마 7조원, 경륜 2조5천억원, 복권 9천억원, 카지노 5천억원, 경정 4천억원 규모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암암리에 성행중인 사설경마.화투.투견.투계도박과 인터넷도박 등 신종 사행업을 합치면 1조∼3조원이나 추가돼 전체 사행산업이 12조∼15조원대에 육박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경마.카지노.경륜 등 각종 사행산업에 2천2백60만명이 손을 대 국민 10명당 4.8명이 1번 이상 사행산업을 즐긴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말 영국의 방송인 BBC가 왜 ‘한국의 도박산업’을 특집으로 방영했는지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국내 사행산업은 외환위기에서 시작된 경기 침체기의 ‘대박심리’를 노려 더욱 번창하기 시작했다. 정부가 장기적인 검토없이 각종 사업 재원을 손쉽게 마련하는 수단으로 무더기 허가를 남발하다보니 제살만 깎아먹는 산업이 됐다는 지적이다. 인터넷 복권, 도박사이트, 인터넷 복권동호회가 속속 생기고 있는데다 가산탕진으로 가정이 깨지거나 자살에 이른 사람들이 늘고 있다. 도박중독증의 폐해도 상상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경마는 1일 매출액이 9백억원을 넘고 입장객이 연인원 1천5백만명에 이른다는 집계다. 미국, 일본, 호주, 홍콩에 이어 세계 5위권. 94년 10월에 시작된 경륜은 95년 매출액이 7백28억원이었으나 폭발적 인기에 힘입어 96년 1천8백50억원, 97년 2천9백99억원, 99년 5천9백55억원에 이어 2000년에는 전년보다 167%나 성장했다.
복권은 현재 10여개 정부기관과 지자체가 26종을 발행하고 있다. 그중 인터넷 판매복권이 9종이나 된다. 특히 건교부는 추첨식.즉석식.다첨식.인터넷복권 등 4종류의 주택복권을 발행하고 있다. 판매식 복권만해도 연 1천억원이상 급신장하고 있으며 지난 3월에는 사상 최고 당첨액수인 1백억원짜리 복권(과학문화재단)이 나왔다. 정부는 사행산업의 팽창이 위험수위라는 지적이 있자 지난 2월 복권 난립을 막는다는 취지로 복권발행조정위원회를 다시 설치하는 등 뒷북을 치고 나섰다.
한국레저연구소 서천범 소장은 “정부는 이제 낙후지역 개발 등을 사행산업 허가를 통해 일거에 해결하려는 발상을 버려야 한다”며 “당장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사양산업 감독위원회’(가칭)를 만들어 사행산업의 조절과 규제를 맡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별취재팀

 

 

 

 

 

 

 

 

<일그러진‘황금알’카지노 산업> (2)

관광연계 ‘無전략 정책’ 월드컵특수 다 놓쳤다


[경향신문]|2002-05-03|01면 |45판 |종합 |기획,연재 |2515자
카지노 산업은 여러가지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효과가 커서 세계적으로 관리를 강화하며 합법화와 전략사업화를 서두르는 추세에 있다. 우리정부가 눈치만 보는 사이 외국은 벌써 큰 그림을 그리며 국내 시장을 몰래 잠식하고 있는 것이다.관광수지는 2000년 겨우 2천만달러의 흑자를 유지하다가 ‘한국 방문의 해’인 지난해에는 6억달러 이상의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1.4분기만도 4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해외 여행자 수가 늘어난 데도 원인이 있지만 그만큼 외국관광객을 ‘외화획득’으로 연결시키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관광 전문가들은 정부가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을 앞둔 올해도 전시성 행사에만 치중할 뿐 국제행사의 특수를 여행.레저.카지노 등 관광산업과 연계시키지 못해 ‘경제월드컵’이라는 구호가 무색해진 상황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관광전략상품으로 카지노 육성하는 외국=포브스지는 최근호에서 전세계가 불황을 겪고 있지만 세계 카지노 산업만은 호황을 거듭해 지난해 8%의 성장률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영국, 프랑스, 캐나다 등 카지노 강국들은 카지노를 국가 전략산업으로 키우는 정책을 속속 내놓고 있다. 옛 공산권 국가들도 같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아시아 국가들은 장기간 이어진 경기침체를 극복하는 수단으로 ‘21세기형 첨단관광상품’인 카지노 등 도박산업의 합법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기존 카지노에 컨벤션센터.리조트.놀이시설 등을 확충, 종합오락.휴양산업단지를 조성해 수요층을 넓히고 있다. 영국 정부는 지난 3월 도박법을 개정함으로써 35년간 묶어둔 카지노 규제를 풀었다. 테사 조웰 영국 문화부 장관은 “도박산업의 현대화가 다소 늦었지만 이번 조치로 연간 1조원의 이윤을 추가로 창출하게 됐다”면서 카지노 광고, 업장 내 라이브공연 등을 허용했다.
마카오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40년 동안 독점체제를 유지해오다 지난해 말 신규업체 3곳을 추가로 허가했다. 일본은 외화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업장내 환전을 묵인해주는 ‘준 카지노’ 형태의 카지노바를 운영하고 있으며 곧 도쿄와 오키나와에 대형 카지노를 설치할 예정이다. 중국과 동남아 국가들은 종교와 문화적 차이로 합법화에 주저했지만 최근 내국인이 해외 카지노에서 탕진하는 돈을 줄이고 외화를 벌어들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대형 카지노업체인 MGM 그랜드사를 통해 하이난다오(海南島)에 2개의 리조트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필리핀과 말레이시아도 1990년대 초부터 관광상품 개발과 외화획득을 목적으로 카지노를 합법화했다. 12개소의 카지노를 운영중인 필리핀은 카지노산업 발전을 위해 카지노대학을 세울 계획이다. 대만, 태국 등도 카지노 도입을 검토하고 있으며 미얀마, 네팔, 베트남 등에서도 카지노를 통한 외화획득에 나서고 있다.

◇눈치만 보다 위기 자초한 한국=문화관광부가 밝힌 지난해 국내 카지노 산업의 성장률은 마이너스 1.4%였다. 세계 각국이 카지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꾸고 판촉을 강화하고 있는 동안 우리나라 카지노 산업은 일찌감치 미래에 대비하지 못해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지자체까지 나서서 경마.경륜.경정.복권 사업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는 모습과는 극히 대조적이다.
전문가들은 우리 정부가 카지노에 대한 반대여론과 인.허가를 둘러싼 정경유착 시비만을 의식해 무전략, 무소신으로 대응하다 보니 월드컵을 포함, 대규모 국제행사를 통한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해놓고도 ‘관광진흥’의 호기를 놓쳤다고 입을 모았다.
세계 카지노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은 0.63%에 불과하다. 하지만 동남아권에서는 결코 작은 시장이 아니다. 더욱이 손님의 80%가 일본인이며 나머지는 중국인과 동남아 관광객들이다. 특히 세계 카지노시장의 주요 고객으로 꼽히는 중국과 일본에서 1∼2시간이면 접근할 수 있는 지리적인 이점을 안고 있다.
그러나 일본과 중국이 한국으로 카지노 원정을 떠나는 내국인을 붙잡기 위해 대형 카지노를 추진하고 있어 이제 국내 카지노 시장은 벼랑에 내몰려 있는 모습이다.
그간 공정한 심사를 통해 서울 등에 외국인 카지노를 증설해야 한다는 주장과 그 반대 논리가 팽팽하게 맞섰다. 그러나 문화관광부는 이때마다 “적극 검토중”이란 말만 되풀이하며 결론을 내지 못했다.
현행 관광진흥법 시행령상 정부가 허가할 수 있는 외국인 전용 관광카지노는 최소 11개. 외국 관광객이 30만명씩 늘어날 때마다 2개 이하를 추가 허가하도록 한 규정에 따른 것이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사회문제를 일으킬 우려가 있는 내국인 출입 카지노와 외국 관광객들만 드나드는 외국인 전용 카지노는 별개로 접근해야 한다”며 “신규허가를 내주는 것이 특혜라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법적 근거가 있는데도 카지노를 허가하지 않고 이 문제를 거론조차 않는 것이 34년동안 독점해온 업체에 대한 특혜”라고 말했다.
제주관광대 양일용 교수(카지노경영학)는 “다른나라가 모두 카지노와 컨벤션센터, 복합레저시설을 결합한 라스베이거스식 모델을 따라가고 있다”면서 “카지노산업을 지금처럼 방치하다가는 일본.중국 손님마저 다 빼앗길 수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특별취재팀 / 김석종 팀장. 김정섭. 김종목 기자

 

 

 


<일그러진‘황금알’ 카지노산업> (3)

독점업체 “과다경쟁”내세워 수도권 방어

                                            신규허가 34년간 ‘언터처블’

[경향신문]|2002-05-06|01면 |45판 |종합 |기획,연재 |1913자
최근 서울시내 특급호텔들이 외국인 전용 카지노의 신규허가를 요구하는 탄원서(경향신문 5월2일 보도)를 문화관광부에 제출하는 등 이전과 달리 능동적으로 정부의 카지노 허가를 이끌어내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서울의 호텔업계는 1980년대 후반 이후 꾸준히 외국인 전용 카지노 설립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카지노=도박’이라는 부정적 사회인식, 특혜시비, 기존업계의 반대 등에 부딪쳐 번번이 좌절됐다.
롯데호텔은 지난 10여년동안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호텔(1989년 준공)에 카지노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건축설계 때부터 이 호텔 지하 1층 1,210평의 공간을 카지노룸으로 계획했다.
롯데월드호텔은 지금까지 카지노룸을 비워놓고 있다. 롯데쇼핑 건설사업본부 신영재 전무는 “카지노 사업권을 따내면 롯데월드와 연계, 일본 관광객을 대규모로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츠칼튼은 95년 호텔을 신.증축할 때 2.3층을 연결한 1,000여평의 카지노 공간을 설계에 포함시켰다. 호텔 오너경영인 이전배 사장이 카지노 사업에 강한 집착을 보이고 있으며 오래 전부터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전담팀을 만드는 등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또 직원들을 수시로 라스베이거스에 파견해 교육을 시키고 있다. 지금은 카지노 공간 2층은 나이트클럽, 3층은 뷔페 레스토랑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허가만 나면 곧바로 영업을 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강남의 오크우드호텔을 소유한 (주)한무컨벤션도 재작년 카지노 유치전에 가세했다. ‘강남’의 지리적 이점과 함께 호텔과 컨벤션센터를 연계한 복합단지라는 점을 내세워 호텔 옆 컨벤션 별관 2.3층 2,000여평에 카지노 공간을 만들었다.
그러나 지난해 3월 “영업허가가 나기도 전에 카지노 부속시설을 설치한 것은 정치권 핵심실세들과의 사전내락 때문”이라는 설이 나돌아 언론의 뭇매를 맞았으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호텔업계는 “당시 법규상 카지노 영업허가를 신청하려면 일정부분 카지노 공간과 시설을 갖추도록 되어 있었다”면서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진행했기 때문에 의혹을 사고 비난을 받는 코미디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전했다. 이들 3개 업체 외에 그랜드힐튼 호텔이 공식적으로 외국인 전용 카지노 설립 의사를 밝히고 있다.
그러나 기존 카지노 업계에서는 카지노 추가 허가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전국 13개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회원사로 두고 있는 한국카지노협회와 워커힐호텔에 카지노를 운영 중인 (주)파라다이스측은 “95년 이후 카지노 산업은 하향 추세”라면서 “카지노가 신규로 허가되면 국내 업체의 과당 경쟁이 우려된다”는 견해를 밝혔다. 파라다이스 강범석 홍보팀장은 “카지노는 결국 VIP 리스트에 오른 고액 갬블러를 상대로 하는 사업”이라며 “신규 고객 창출 없이 기존의 중국, 일본의 고객들을 뺏고 뺏는 제살 깎아먹기식의 과당 출혈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카지노 신규 허가를 희망하는 호텔업체들은 “카지노가 늘어나면 가장 큰 타격을 입게 될 파라다이스가 기득권을 방어하기 위해 개발한 논리에 불과하다”고 일축하고 있다. 호텔업체 관계자는 “카지노 신규 허가가 거론될 때마다 ‘사전 내정설’ 등의 오해를 받아 좌절을 겪는 일이 거듭된 것은 경쟁사가 생기는 것을 걱정한 독점업체 쪽에서 거짓 정보를 흘렸기 때문”이라고 강한 불신을 나타냈다.
한무컨벤션의 박병구이사는 “카지노를 생활처럼 즐기는 중국인 관광객이 급증하고 있지만 정작 즐길거리는 마땅치 않은 형편”이라며 “학계는 물론 정부에서도 외국인이 가장 많이 드나드는 서울에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더 필요하다는데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츠칼튼의 신상균 이사는 “심사위원단 구성, 심사 결과 공개, 정부측의 감시기구 설치 같은 투명하고 공정한 허가·심사 절차를 도입하면 구조적으로 유착·특혜 의혹 시비를 차단하면서 공정한 세원도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별취재팀

 


 

 

 

<일그러진‘황금알’ 카지노 산업> (4)

‘얼굴없는 주주’가 비호의혹


[경향신문]|2002-05-07|01면 |45판 |종합 |기획,연재 |2545자
(주)파라다이스가 34년 동안 수도 서울에서 불합리한 카지노 독점체제를 유지.강화해온 배경에는 정.관.재계는 물론 언론계까지 망라한 막강한 커넥션의 존재가 숨어있다. 우리나라의 외국인 전용 카지노는 모두 13곳. 그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서울 워커힐 카지노와 부산 파라다이스 비치, 제주 파라다이스 그랜드, 인천 오림포스 등 주요 카지노 4곳을 35년 동안 ‘한국 카지노의 대부’로 군림해온 전낙원씨의 파라다이스그룹이 소유하고 있다. 한국의 카지노는 전씨의 친구인 유화열씨가 1967년 인천 오림포스호텔에 카지노를 개설하면서 시작됐다. 전씨는 유씨의 권유로 오림포스호텔 총지배인을 맡아 카지노에 입문했다. 1년 뒤 워커힐 카지노 운영권을 놓고 벌어진 두사람간 분쟁에서 이기면서 전씨는 카지노 업계에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아성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전씨는 78년 부산 파라다이스비치호텔, 79년 경주 코오롱관광, 90년과 91년에 각각 제주 그랜드호텔 카지노와 신라호텔 카지노 등으로 카지노 사업을 키워나갔다. 주위에서는 전씨가 특유의 친화력과 카지노에서 벌어들인 풍부한 자금력으로 정.관.언론계와 경찰 등 사회 각계에 영향력과 보호세력 네트워크를 구축해 ‘카지노 재벌’로 성장했다고 증언하고 있다. 전씨는 특히 카지노 초창기 대통령 경호실장을 지낸 박종규씨와 막역한 사이였다. 3공화국 시절 총리를 지낸 ㄱ씨, 중앙정보부장 출신으로 정계에서 은퇴한 ㅇ씨 등과 가까웠으며 5.6공의 실력자들과도 정치자금을 제공하는 등 두터운 친분을 유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씨 등 역대 최고권력자들과도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그러나 문민정부가 들어서고 93년 슬롯머신과 카지노에 대한 사정바람이 몰아닥치면서 전씨는 일대 위기를 맞는다. 사건 당시 검찰 주변에서는 “웬만큼 잘 나가는 정계, 재계, 관계 인사치고 전씨와 친분을 맺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는 말이 나돌았다. 유력 신문사 사주와 재벌 총수의 지분소유설, 정.관계에 비호세력이 폭넓게 포진했다는 소문도 파다했다.
전씨는 미국.일본.케냐 등을 전전하며 3년 동안 해외 도피생활을 했다. 96년 3년3개월의 도피생활을 끝내고 귀국한 전씨는 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재판정에 섰다. 당시 그는 법정에서 카지노로 외화 15억달러를 벌어들였다며 ‘국가경제 기여론’을 역설하기도 했다. 97년 2월 징역 5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으며 98년 8.15특사로 석방됐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가끔 외국여행을 다니는 것으로 알려졌던 전씨가 또다시 세간의 관심을 모은 것은 99년. 10년 전인 89년 김우현 당시 치안본부장에게 ‘고문기술자’ 이근안 전 경감의 도피자금으로 10억원을 지원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전씨와 경찰의 ‘끈끈한 유대’를 다시 한번 실감케 했다.
현재 파라다이스그룹은 카지노.호텔 등 10여개 계열사와 3개 문화.복지재단 등으로 이뤄져 있다. 아프리카 케냐에 카지노시설이 있는 사파리파크호텔도 운영하고 있다. 또 업계에서는 국내 4개 카지노 업체 외에 다른 카지노 3∼4개도 실질적으로 전씨의 영향력 아래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파라다이스 카지노의 지분은 전씨 가족과 친.인척, 파라다이스 계열의 법인체, 임직원들이 나눠 갖고 있다. 그러나 카지노업계에서는 법인 등기상 카지노와는 무관한 정.재.언론계 등의 유력인사들이 ‘공로주’를 갖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한 실정이다. 이들이 자신의 신분을 철저히 감춘 채 대리인을 카지노에 심어 지분을 관리하고 있다는 게 카지노업계의 정설이다.
이런 ‘얼굴없는 주인’ 가운데 대표적인 인사는 모 신문사의 사주 ㅂ씨로, 워커힐 카지노 지분을 10% 가량 소유한 것으로 소문나 있다. 전씨와 ㅂ씨는 오래 전부터 ‘화요회’라는 친목회 멤버로 매달 한두차례 정기모임을 갖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으며 일설에는 전씨가 카지노사업권을 따낼 때 ㅂ씨가 정계에 다리를 놓아주었다고 한다.
또 93년 카지노사건 당시 이윤수 민주당 의원은 ‘카지노 그 막후 비호세력의 정체를 밝혀라’는 제목의 문건을 통해 전씨와 ㅂ씨가 최상류 권력층의 사교클럽인 ‘아시아 사파리클럽’에 함께 가입해 있다고 폭로했다. 신군부 집권 다음해인 81년 ‘건전한 수렵관광’을 목적으로 결성된 이 클럽에는 각계 실력자 99명이 가입돼 있었다.
ㅂ씨와 인척관계로 재산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또다른 ㅂ씨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ㅂ씨와 전씨의 비리 커넥션을 밝혀줄 물증을 가지고 있으며 공개할 때를 기다리고 있다”면서 “전씨는 해외 도피생활 중에도 ㅂ씨 가족들을 일본에 초청해 칠순잔치를 베풀어줄 정도로 밀착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YS가 “94년 언론사 세무조사에서 심각한 비리가 드러났으나 공개를 안했다”고 한 돌출발언의 ‘X파일’이 바로 그 사주와 친인척의 ‘카지노 지분’이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호텔업계에서는 “전씨와 권력층의 유착.공생관계는 카지노 독점과도 깊숙이 관련돼 있다”고 주장한다. 외국인 관광객의 85%가 몰려드는 수도 서울의 카지노를 34년 동안 독점한 것은 비호세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또한 이런 독점구조가 ‘시설 낙후’와 ‘서비스 질 저하’를 가져왔으며 시장침체와 ‘국제경쟁력 상실’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별취재팀

 

 


 

 

<일그러진‘황금알’ 카지노산업> (5)

‘외국인 전용’ 추가 허용을


[경향신문]|2002-05-08|05면 |45판 |정치·해설 |기획,연재 |2173자
반도체(39%)를 훨씬 능가하는 94%의 외화가득률, 고객 1명 유치로 컬러TV 4대의 수출효과를 얻을 수 있는 외화획득 산업, 카지노 1곳에서 1,000∼1,500명의 신규인력 고용창출효과. 외국인 전용 카지노의 ‘경제학’을 논할 때 웬만한 효자 수출품목 못지않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드는 예시들이다. 이처럼 ‘알짜배기 외화획득’이라는 매력과 가능성 때문에 미국, 유럽뿐만 아니라 옛 공산권 나라들과 북한까지도 전략적으로 카지노 육성에 나서고 있다. 카지노를 ‘21세기형 첨단 관광산업’으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외국인 전용 카지노는 ‘도박’이라는 부정적 인식, 신규허가시 정경유착 의혹과 특혜시비, 과당경쟁 우려 등 여러 장벽에 막혀 미래형 산업으로서의 도약은커녕 제자리 걸음도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내국인 출입과 외국인 전용 카지노의 구별=2000년 내국인이 출입하는 강원랜드 카지노가 문을 연 뒤 잇따른 패가망신, 자살, 절도 등의 어두운 소식들은 카지노의 부정적인 측면을 더욱 부각시켰다.
그러나 전문가그룹은 내국인이 출입하는 카지노와 외국인 전용 카지노의 차이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내국인의 도박과는 무관하게 외국인만을 상대로 달러를 벌어들인다는 경제적인 실리를 널리 알려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국인의 출입이 금지된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지금까지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킨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카지노 추가 허가를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외자유치를 통해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허가했다 하더라도 결국 외국인 투자자들이 내국인 출입을 요구할 것이라고 반박한다.
이에 대해 1990년대 말 1억달러 외자유치를 추진했던 리츠칼튼호텔 신상균 이사는 “국내법의 특정한 기준에 따라 허가한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내국인 출입으로 바꿀 수 있다는 우려는 그야말로 기우”라고 일축했다.
◇정경유착·특혜시비=활발해진 시민운동과 정부 정책에 대한 감시활동의 강화로 과거처럼 정권의 실력자들이 인·허가사업에 개입해 이권을 챙기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다. 호텔업계에서는 인·허가와 관련된 비리는 모든 것이 밀실에서 이루어지던 구시대의 유물이라고 강조한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담당부서인 문화관광부에서조차 추가 허가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특혜시비가 두려워 회피하고 있다”면서 “외화획득과 고용창출이라는 국익을 챙길 수 있는데도 정부가 머뭇거리는 것은 구더기 무서워 장 못담그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정경유착이나 특혜시비가 두려워 추가 허가를 내주지 않는 것은 분명한 직무유기, 복지부동일 뿐만 아니라 기존 업체에 또다른 특혜를 주는 행위”라고 말했다.
한양대 국제관광대학원 손대현 원장은 “카지노 허가 신청업체의 배경, 자금출처, 카지노 운영능력, 준법정신 여부 등 허가요건을 엄격하게 규정하고 사전심사를 철저히 하면 된다”면서 “학계와 전문가집단으로 심사위원회를 구성하고 ‘공정한 심사원칙’과 ‘투명한 절차’를 거친다면 특혜시비가 나올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학계와 업계 전문가들은 ▲콘소시엄 구성 ▲국민주 방식의 주식공모 ▲별도의 감시기구 설치 등 ‘까다로운 보완 시스템’을 대안으로 제안하고 있다.
◇공급과잉과 과당경쟁 우려=서울에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추가 허가하면 고액 갬블러인 VIP고객 쟁탈전이 벌어져 결국 공멸할 것이라는 것이 반대론의 핵심.
이에 대해 신규허가를 희망하는 업체들은 “이제까지 늘어나는 외국인 관광객과 카지노 수요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한 데다 독점으로 인해 경쟁력 상실까지 불러왔다”고 반박한다.
업체들은 외국인 관광객 수만 늘어난 게 아니라 해외여행 자유화가 실시된 중국의 관광객들을 끌어들이는 데도 카지노가 필수적이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주)한무컨벤션의 박병구 이사는 “아시아 국가들을 중심으로 중국인 관광객들을 잡기 위한 공격적 마케팅이 진행중인데도 우리는 여전히 수동적 마케팅, 시설 부족 등으로 결과적으로 중국인들을 다른 나라에 빼앗기는 등 외화획득의 기회를 놓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태평양산업연구원 박현두 원장은 “1∼2시간 거리에 세계 카지노 시장의 주요 고객인 중국, 일본이 버티고 있는 우리나라는 카지노의 황금시장”이라며 “제주는 8곳으로 너무 많고, 서울은 1곳으로 너무 적은 과대, 과소의 불균형을 바로잡고 중.일 등 외국인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서울에 카지노를 추가 허용해 외국인 관광객들의 값진 외화를 벌어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시리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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