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여적-손으로 부른 노래

김석종 2015. 3. 30. 16:56

 여적-손으로 부른 노래

 영화 <작은 신의 아이들>에서 외딴 항구도시 청각장애인학교 교사 제임스는 농아들에게 말하는 법을 가르친다. 그는 이 학교 졸업생인 청각장애 여성 사라와 사랑에 빠진다. 제임스는 바흐의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2악장을 감상하며 수화로 말한다. “이 아름다운 음악을 당신과 함께 할 수 없어서 너무 슬퍼.” 그러나 사라가 몸으로 파도를 표현하는 모습에서 바흐의 음악보다 아름다운 몸짓의 언어를 깨닫는다. 사라는 몸으로 말한다. “당신을 사랑해요. 침묵도 소리도 아닌 곳에서….” 그렇게 다름을 인정할 때 진정한 사랑이 이루어지는 것을 보여준다.
 사라 역으로 출연한 말리 매트린은 실제로 청각장애인이다. “나는 농아배우가 아니라 배우이면서 동시에 한 인간입니다.” 그가 1987년 아카데미상 여우주연상을 받고 한 말이다. 최근 국내 개봉된 <트라이브> 역시 대사, 자막, 음악 없이 수화로만 이야기가 전개된다. 연기 경험이 전무한 실제 청각장애인 배우들의 격렬한 ‘손짓’과 ‘몸짓’으로 어떤 말보다도 강렬하게 의미를 전달한다. 지난해 칸영화제 3관왕 등 각종 영화제를 휩쓸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장애가 결함이 아니라 차이라는 인식은 널리 퍼지고 있다. 얼마 전 방송인 신동엽은 한 TV 프로그램에서 청각장애인 큰형에게 감동적인 ‘수화 편지’를 보냈다. 인순이, 루나, 알리, 소냐 등 가수들이 노래 가사에 맞춘 수화로 무대를 꾸미는 일도 많다. 앤드루 솔로몬은 <부모와 다른 아이들>이라는 책에서 “수화는 그 자체로 섬세하고 정교한 문법을 가진 언어”라며 “청각장애인은 어엿한 언어와 문화를 보유한 소수집단”이라고 했다.
 60년 전통의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는 아바, 셀린 디옹 등 세계적 가수들을 배출한 유럽 최대의 대중음악 경연대회로 유명하다. 올해 이 가요제 스웨덴 예선의 최고 스타는 가수가 아니라 수화통역사 토미 크롱이라고 한다. 청각장애 부모를 둔 배우 겸 영화감독인 그는 가요제 최종 결선에서 유명가수의 열창에 맞춰 현란한 수화를 선보였다. 그 열정적인 몸동작과 다양한 표정연기의 ‘수화 노래’가 유튜브를 통해 폭발적 반응을 얻고 있다는 것이다. 언론에서는 그를 “노래 수화 통역의 마이클 잭슨”이라고 표현했다. 역시 진정한 마음을 담은 행동은 어떤 말보다 아름답고 감동적이다. 김석종 논설위원 2015.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