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진신사리가 증식하는 기적이 일어났다고?
진신사리 증식 논란
1993년 늦가을, 해인사 성철 스님을 다비한 뼛속에서 110여과(顆)의 영롱한 사리가 쏟아졌다. 사리 친견 행렬이 한달 넘게 이어졌다. 평생 성철 스님 곁에서 수행한 일타 스님은 “이런 야단법석을 스님이 보셨다면 호통을 치면서 사리를 몽땅 뒷산에다 내다버렸을 것”이라고 했다.
조계종 불교중앙박물관에서 국보·보물 등 국내 대표적인 사리 관련 유물을 한자리에 모은 흔치 않은 전시가 열리고 있다. 그중에서도 삼성문화재단이 2006년 ‘원소유주’인 경기 가평 현등사에 반환한 부처님 진신사리와 사리구(사리를 담는 용기와 장신구 일체)는 이번이 첫 일반 공개다.
문화재제자리찾기 대표 혜문 스님이 현등사 사리를 확인하고 있다.
그런데 이 현등사 사리를 두고 뒷말이 많다. 사리를 돌려받을 때는 분명히 2과였는데 전시된 사리는 5과로 늘어났다는 것이다. 사리가 본래 신이한 영물이기는 하다. 조선시대에도 정릉 흥천사, 양주 회암사 등에서 진신사리가 분신(分身·여러 개로 나뉨)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양양 낙산사 사리는 느닷없이 공중에서 떨어졌다고 전한다.
현등사 스님도 기도를 열심히 했더니 사리가 증식했다고 말한다고 한다. 사실이라면 대단한 기적이고 경사다. 하지만 삼성 측을 상대로 사리구 반환을 주도했던 문화재제자리찾기 대표 혜문 스님은 “믿을 수 없다”고 펄쩍 뛴다.
예나 지금이나 우리나라 ‘사리 신앙’은 유별나다. 열반한 스님의 사리를 고승의 척도로 삼기도 한다. 요즘도 미얀마, 스리랑카 등에서 들여왔다는 진신사리 친견행사를 자주 볼 수 있다. 부처님이 남긴 8곡(섬) 4두(말)의 사리가 분식을 계속하기 때문이란다. 가짜 진신사리가 은밀히 매매된다는 소문도 심심찮게 나돈다.
정작 부처님은 ‘자기 자신을 등불로 삼고(自燈明), 진리를 등불로 삼으라(法燈明)’고 유언했다. 많은 이들에게 존경받은 경봉, 석주, 서암, 법정 스님도 “내 가고 난 후 절대로 사리 수습을 하지 말라”고 유언하고 열반했다. 경봉 스님과 춘성 스님은 이런 선문답을 주고받았다. “스님, 어떤 것이 부처님의 사리입니까?”(춘성) “서울에는 지금 곡식이 귀하다오.”(경봉) 이 땅에는 지금 사리가 아니라 중생을 바르게 깨우치는 ‘알곡’ 같은 스님이 귀하다.
김석종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