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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오스카 김치 냄새 논란

김석종 2015. 3. 2. 11:30

[여적]오스카 김치 냄새 논란

오지여행가 한비야씨가 방송에서 지역마다 사람들에게 특유의 냄새가 난다는 얘길 한 적이 있다. 북미나 유럽 사람에게는 고기 내장 삶는 냄새, 중동 유목민은 양털 냄새, 아프리카 원주민은 빙초산 냄새, 동남아인에겐 오징어 냄새가 난다는 것이다. 외국인들은 한국인에게서 시큼털털한 묵은 김치 냄새가 난다는 말을 한다고 했다. 냄새 때문에 지하철 타기가 고역이란다. 그는 이게 다 음식이나 기후, 혹은 풍토 때문일 뿐이라며 서로 역지사지하면 그 냄새도 역겹지 않다고 말했다.

생물학자 권오길 교수는 ‘김치의 과학’이란 글에서 우리에겐 특유한 김치유전자가 있다고 했다. 그 유전자가 없는 외국인이 김치 냄새에 코를 막고 구역질을 하는 건 당연하단다. “우리가 꿀릴 게 뭐가 있는가. 몸에서 마늘, 김치 냄새 좀 나면 어때….” 그는 김치가 한국인의 자랑이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어쨌든 외국인들에게 김치와 마늘은 냄새만 맡아도 고역인 게 분명하다. 개화기 의사로 할동한 미국인 앨런은 조선의 김치맛에 매료됐는데, 역한 냄새가 나는 마늘은 빼고 김치를 담가 먹었다고 <조선견문>에 썼다. 한때 외국에서 김치 냄새 때문에 수난을 겪은 유학생들 이야기를 숱하게 들었다. 여행객들이 항공기에 김치를 실었다가 폭발(?)하는 황당한 일도 심심찮게 일어났다. 이처럼 냄새 때문에 냉대받던 김치가 요즘은 서양에서도 각광받는 건강식품이 됐다. 김치와 김장문화는 인류무형유산에도 등재됐다.

외국인들이 한국인을 비하할 때 ‘김치’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이번에는 제87회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영화 <버드맨>에서 주인공(마이클 키튼)의 딸이 한국인의 꽃집에 갔다가 “여기서 더러운 김치 냄새가 진동해(It all smells like fucking kimchi)”라고 말하는 장면 때문에 한국 비하 논란이 일고 있다고 한다. 영화사 측은 “신경질적인 캐릭터를 보여주기 위한 대사일 뿐 비하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한국 대표 음식인 김치가 부정적인 표현에 동원된 것이 안타까운 일이기는 하다. 하지만 영화의 표현 하나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권오길 교수는 “풋내 나는 겉절이 인생이 아닌 농익은 김치 인생을 살아라”라는 게 ‘김치 민족’의 자존심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