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여적]오늘의 작가상

김석종 2015. 2. 17. 15:07

[여적]오늘의 작가상

한수산 <부초>, 박영한 <머나먼 쏭바강>, 이문열 <사람의 아들>, 최승호 시집 <대설주의보>, 강석경 <숲속의 방>, 박일문 <살아남은 자의 슬픔>, 이만교 <결혼은 미친 짓이다>, 정미경 <장밋빛 인생>의 공통점은? 민음사 발행 계간 문학지 ‘세계의 문학’이 주관하는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이다. 이 상은 1977년 제1회 한수산의 <부초>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수상자 41명을 배출해 한국문학을 살찌웠다.

민음사는 50년 가까운 세월 동안 5000종이 넘는 책을 출간한 ‘출판 명가’. 비룡소, 황금가지, 사이언스북스 등을 자회사로 둔 국내 최대의 출판그룹이다. ‘세계 시인선’ ‘오늘의 시인총서’ ‘오늘의 작가총서’ ‘세계문학전집’ 등으로 수많은 독자를 거느렸다. 설립자 박맹호 회장은 한국 출판계의 ‘살아 있는 전설’로 불린다. 그는 ‘창작과 비평’과 ‘문학과 지성’이 주도하는 한국문학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기 위해 1976년 ‘세계의 문학’을 창간하면서 ‘오늘의 작가상’을 만들었다.

당시에는 작품 전문을 잡지에 싣는 것도 파격적이었고, 상금 대신 인세를 지급하는 방식 역시 신선했다. 이미 등단한 작가들도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작품성을 객관적으로 평가받고 싶어서 이 상에 도전했다. 수상작이 발표되는 ‘세계의 문학’ 여름호는 30만부 넘게 팔릴 정도로 독자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부초>는 신문사 장편소설 공모에서 아깝게 탈락한 작품이라고 한다. 제3회 수상작인 <사람의 아들>은 당시 “과도한 관념과 추리 부문의 허점” 때문에 심사위원들 사이에 논란이 있었지만 박 회장이 당선작으로 밀어붙였다. 결국 이 책들은 수십만부씩 팔리는 슈퍼 베스트셀러가 됐고, 작가들은 문단의 거목으로 성장했다. 박 회장의 자서전 <책>에 나오는 이야기다.

이런 ‘오늘의 작가상’이 공모제를 그만두고 한 해 동안 출간된 소설 작품을 심사해 수상작을 선정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출판사가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더 많은 작가에게 수상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다. 침체된 문학시장 분위기를 바꾸려는 게 박 회장의 뜻이라고 한다. 새롭게 변신한 ‘오늘의 작가상’이 다시 한번 뛰어난 작가와 대작들을 발굴해 한국문단에 새바람을 일으키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