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리틀리그
[여적]리틀리그
“여러분이 야구팬이라면 꼭 봐야 할 야구 게임들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두 번째는 올스타전, 마지막은 리틀리그 월드시리즈입니다.” 2001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했던 말이다. 그는 리틀리그 월드시리즈 선수 가운데 최초로 미국 대통령이 됐다.
한국 리틀야구 대표팀이 미국 펜실베이니아 윌리엄스포트에서 열린 리틀리그 월드시리즈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열두 살 소년들은 지역 예선부터 미국 대표인 일리노이팀과의 월드시리즈까지 11전 전승의 기적을 썼다. 한국의 우승은 1984년과 1985년 연속 우승 이후 29년 만이라고 한다. 전국에 리틀야구장이 7개뿐인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이뤄낸 승리라서 의미가 더 각별하다.
1947년부터 26년째 여름마다 월드시리즈가 열리는 윌리엄스포트는 세계 리틀야구의 성지다. 전설적인 홈런 타자 베이브 루스, 좌완투수의 상징 랜디 존슨 등 많은 메이저리거들이 이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하드볼> <리틀 야구왕 앤디> <퍼펙트 게임> 등은 리틀리그를 소재로 만들어진 영화다. 특히 <퍼펙트 게임>은 1957년 리틀리그 월드시리즈에서 처음으로 미국 이외의 국가인 멕시코 팀이 승리한 감동적인 실화를 다뤘다.
이 대회는 일종의 패자부활전인 ‘더블 엘리미네이션(double-elimination)’ 방식으로 진행된다. 패배에서 배울 게 더 많고, 인생은 한번의 승부로 끝나지 않는다는 걸 아이들에게 가르치려는 뜻이라고 한다. 우리의 ‘야구 소년’들도 이 대회에서 우승의 기쁨 외에 상대에 대한 존중과 우정, 그리고 새로운 문화를 경험했다.
경기 중에 상대 선수에게 하이파이브를 해주는 것 등은 아이들이 스스로 만든 ‘암묵적 룰’이라고 한다. 한·일전을 어른들처럼 엄숙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도 대견했다. 일본은 한국과의 국제그룹 준결승전과 결승전에서 연달아 패하며 3, 4위전으로 밀려났다. 하지만 일본 리틀야구 대표팀은 결승전 경기장을 방문해 태극기가 붙은 한국팀 유니폼을 입고 한국을 응원해 박수를 받았다.
어린 선수들이 최선을 다하면서도 경기를 즐기는 모습은 신선했다. 대회 기간중에도 리틀리그 박물관, 쇼핑센터, 시골 농장 등을 방문했다. 홈런을 친 뒤 보여준 번개 세리머니, WBC대회 때 선배들을 흉내내 마운드의 흙을 퍼담는 행동은 재치가 넘쳤다. 뜨거운 여름, 멋진 추억을 만든 신인류 야구소년들의 리틀리그 우승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이제 이 야구 꿈나무들을 ‘제2의 박찬호’ ‘포스트 이승엽’으로 키우는 일은 어른들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