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여적]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김석종 2015. 2. 3. 16:51

[여적]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임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임은 그예 물을 건너네. 물에 빠져 죽으니 장차 임을 어이할꼬.” 고조선 시대 백수광부의 아내가 불렀다는 ‘공무도하가(公無渡河歌)’다. 사랑하는 이와 이별하는 슬픔이 절절한 노래다. 요즘 현대판 ‘공무도하가’인 토종 다큐멘터리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가 세밑 극장가를 후끈 달구고 있다고 한다.

개봉 18일 만에 100만 관객을 가뿐하게 넘어섰다. 일요일인 그제 관객수 28만여명으로 <인터스텔라> <엑소더스> <빅매치> 등 상업영화를 저만치 제쳤다. 2009년 <워낭소리>의 35일보다 17일이나 빨리 100만 관객 기록을 갈아치웠다. 독립영화 100만명은 흔히 상업영화 1000만 관객에 비견된다. 제작비 1억2000만원의 저예산 다큐멘터리로 이미 그 70배인 83억원을 벌어들였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대단한 이변이자 가히 신드롬급 인기라고 한다. 한국 독립영화 최고 기록인 <워낭소리>의 293만명을 깨는 것도 시간문제란다.

영화는 강원도 시골에 사는 89세 할머니와 98세 할아버지 부부의 76년에 걸친 사랑과 이별을 그린다. 늘 커플 한복에 두 손을 마주잡고 다니는 닭살부부. 그 애정이 막 연애를 시작한 청춘남녀 못지않다. ‘소녀 감성’ 할머니와 로맨티스트 할아버지는 틈만 나면 낙엽으로, 물로, 눈으로 짓궂게 장난을 치면서 즐거워한다. 영화의 백미는 할머니가 할아버지의 헌옷을 아궁이에 태우며 이별을 준비하는 장면이다. “먼저 가서 좋은 데 자리 잡고 데리러 와요. 그러면 손을 잡고 같이 갑시다.” 노부부에게는 죽음조차 그렇게 사랑의 완성으로 승화된다.

이 영화는 어둡고 칙칙한 ‘노인 영화’가 아니다. 죽음까지 넘어서는 절절한 러브스토리다. 그만큼 재밌고, 행복하고, 눈물겹다. 세상이 그야말로 ‘막장극’인 요즘이다. 이런 때 <님아~>가 그려내는 변치 않는 정과 온기가 새삼 옷깃을 여미게 한다. 소소한 일상에서 재미를 찾는 행복, 서로를 끔찍이 챙기는 한결같은 배려, 당신은 아주 잘생겼다고 아주 예쁘다고 말해주는 고백은 얼마나 귀하고 아름다운 사랑인가. 영화 속 노부부는 지금 우리 사랑은 어떤지 묻고 있다. 유난히 추운 올겨울, <님아~>의 열기와 감동과 여운이 꽤 오래갈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