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세계유산 보존·관리 종합대책 시급하다

김석종 2014. 7. 16. 13:57

/세계유산 보존·관리 종합대책 시급하다/

 

조선시대 수도 한양 남쪽을 방어했던 남한산성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이로써 한국은 1995년 석굴암·불국사, 해인사 장경판전, 종묘 등 3건이 한꺼번에 등재된 이래 창덕궁과 수원화성, 경주역사유적지구, 고창·화순·강화 고인돌 유적, 조선왕릉, 한국의 역사마을-하회와 양동에다 이번에 등재된 남한산성까지 모두 10건의 세계문화유산을 보유하게 됐다.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은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돼 있다.
남한산성은 병자호란 때 인조가 청나라에 항복한 삼전도 굴욕의 장소로 각인돼 있다. 왕궁과는 별개 산성이면서도 국가 유사시에 왕이 일상적으로 거주한 ‘비상 왕궁’은 세계적으로 남한산성밖에 없다고 한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남한산성이 7세기부터 19세기에 이르는 시대별 성곽 축성술과 다양한 무기 체제의 방어 기술 변화상을 잘 나타내는 데다, 지금까지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어 살아있는 유산으로서 가치가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고 한다.

다만 세계유산위원회는 남한산성 인접 지역의 개발 행위를 적절히 통제하고, 주민들이 유산 관리에 효과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을 권고하는 단서조항을 달았다는 소식이다. 남한산성이 최근까지 등산 명소이자 유원지 이미지가 강했다는 점에서 적절한 지적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문화재청은 경기도와 함께 남한산성의 체계적 보존관리와 활용을 위한 종합계획을 수립·이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하지만 세계유산 종합대책이 필요한 것은 남한산성만이 아니다. 최근 들어 세계유산에 대한 허술한 관리가 잇따라 도마에 오른 상태다. 팔만대장경 훼손이 진행 중이고, 석굴암도 불안한 상태라고 한다. 올해 안동 하회마을과 경주 남산에서 화재가 발생한 일도 있었다. 이 밖에 조선왕릉 등 세계문화유산 주변에 노후 불량건물, 군부대, 식당가 등이 방치돼 경관을 해치는 것도 큰 문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12년 국회에서 발의된 ‘세계유산의 보존·관리·활용에 관한 특별법’은 2년째 감감무소식이다.

현재 유네스코에는 14건의 세계문화유산과 4건의 세계자연유산이 잠정목록에 올라 있어 앞으로 세계유산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유산이란 인류 전체를 위해 보호되어야 할 가치가 있다고 세계가 인정한 영광스러운 문화재다. 따라서 등재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세계유산의 효과적인 보존과 관리, 활용 정책을 마련하는 노력이 더 급해졌다.

 

/경향신문 6월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