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국회, 종교인 과세 또 미룰 셈인가

김석종 2014. 11. 28. 15:35

 

[사설]국회, 종교인 과세 또 미룰 셈인가

종교인 과세 법제화를 두고 정치권과 한국교회의 해묵은 고질병이 또 도지는 듯하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 위원들은 어제 종교계 대표자와 비공개 간담회를 갖고 종교인 과세 법제화에 대한 이해를 구했으나 설득에 실패했다고 한다. 일부 개신교 종파가 반대 입장을 피력해 결론을 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조세소위가 “종교계를 더 설득하고 추가로 의견을 구할 것”이라며 연내 추진 의사를 밝혔다지만, 이번에도 종교인 과세는 물 건너갔다는 말이 나오는 상황이다.

우선 예산안 처리 시한이 일주일여밖에 남지 않았다. 게다가 올해 조세소위의 종교인 과세 법안 처리 방식이 과거의 전례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종교인 과세 문제가 공론화된 지는 벌써 40년이 넘었다. 지금까지 종교인은 반발하고, 정치권은 선거를 의식해 법안 처리를 미적거리다가 번번이 무산시키는 일이 거듭됐다. 현재 조세소위에 상정돼 있는 법안은 당초의 정부안에서 크게 후퇴해 거의 ‘누더기’ 수준이라고 한다. 종교계를 달래기 위해 기부금 공제 한도를 높였고, ‘원천징수’를 ‘자진신고·납부’로 바꿨다. 근로장려세제라는 특혜까지 주기로 했다. 따지고 보면 종교인 과세의 상징적인 의미만 남는 셈이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국민 개세주의(國民皆稅主義)는 결코 협의나 합의의 대상이 아니다. 현행 세법에 ‘종교인은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조항이 있는 것도 아니다. 외국 종교인들도 예외 없이 세금을 내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의 종교인들만 ‘면세특권 계급’이 된 것은 정치권의 책임이 가장 크다. 특히 국회가 종교계 표를 의식해 종교인 과세를 무력화하는 데 총대를 멨다. 정치권은 이번에도 종교계에 일일이 의견을 물어보고 협상을 한다며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다.2014.11.25

종교계 전체가 납세를 반대하는 것도 아니다. 천주교는 주교회의 결정에 따라 이미 1994년부터 세금을 내고 있다. 불교 역시 과세를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이다. 개신교에서도 자발적으로 소득세를 내는 목사들이 많다. 문제는 일부 대형교회다. 목사의 소득과 교회 재정 운영이 투명하게 드러나는 것을 꺼려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종교인 과세를 관철시키지 못하는 국회가 국민에게 무상 급식·보육 등을 위한 재원 부족을 말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종교계 또한 헌법이 규정한 납세에 동참하는 것이 마땅하고 떳떳한 일이다. 납세는 종교가 가르치는 ‘이웃 사랑’의 한 방법이기도 하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